막오른 재벌해체(3.끝)-정부 목표는

입력 2000-06-03 00:00:00

올해안에 재벌개혁을 완수한다는 게 정부의 목표다. 이는 재벌체제가 경제전반을 계속 흔들면서 안정적 성장을 가로막고 있는데다 국민을 끝없이 불안에 떨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방이후 최대의 국난으로 꼽히는 외환위기는 비효율적인 재벌체제에서 비롯됐다는 게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고 실제로 대우사태는 아직까지 금융시장을 불안케하는 핵심 요소로 작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재벌그룹의 구조조정본부는 간판만 바꾼채 과거의 비서실, 기획조정실의 전횡을 재연하는 등 전근대적 경영행태를 버리지않고 있다.

정부가 생각하는 바람직한 재벌의 외형은 핵심역량 업종 중심의 소그룹으로 분리돼 서로 전략적 제휴 형태로 느슨하게 연결된 상태다. 내부 지배구조로는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책임경영체제를 원하고 있다.

따라서 소유구조의 혁명적 변화를 의미하는 재벌의 완전한 해체에 정책을 집중하고 있지는 않다. 적어도 일정기간은 재벌과 중소기업의 균형된 발전이 필요하다는게 정부의 생각이다.

다만 변칙적 상속.증여를 철저히 차단하면 오너 일가의 지분율이 낮아지는 등 소유구조의 변화가 가능할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능력이 검증되지않은 2세 오너의 경영권 세습도 막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정부는 재벌의 해체에 큰 무게를 두고 있지는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해체를 위해서는 '무력으로' 계열사간 출자고리를 완전히 끊어야 하는데 이는 자본주의 원칙에 어긋날 뿐 아니라 현실적으로 계열사의 자본금 문제 등으로 어려움이 많다는 게 정부의 생각이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취임직전인 98년 1월 재벌총수들을 만나 합의한 '재벌개혁 5대 원칙'이 재벌정책의 근간이다.

즉 △재벌간 사업 맞교환(빅딜) 등에 의한 구조조정, 계열사 매각.분리.합병을 통한 핵심사업 위주로의 재편 △2000년 3월까지 계열사간 상호지급보증 완전 해소 △99년 말까지 부채비율을 200%로 축소하는 등 재무구조 개선 △올해부터 결합재무제표를 작성하는 등 경영투명성 제고 △대표소송 등 소수 주주권의 행사요건 완화 등 지배주주 및 경영진의 책임 강화 등이 그것이다.

이 가운데 상호지급보증 해소와 부채비율 축소 등은 마무리됐다. 그러나 빅딜은 아직 완결되지 않은 상태이며 계열사 분리, 지배구조 개선 등도 한창 진행 중이다. 결합재무제표는 오는 7월부터 공표되기 시작한다.

특히 정부는 작년 하반기부터 지배구조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 지배구조가 개선되면 무능한 경영진이 경영일선에서 버틸 수 없고 계열사간 부당한 지원이 차단되면서 계열사간 고리도 약화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자산 2조원 이상인 대규모 상장사의 경우 올해 주총부터 △사외이사를 3인 이상 두고(내년부터는 전체이사의 50%로 확대) △독립성과 전문지식을 갖춘 이사를 외부에서 영입하는 '사외이사후보 추천위원회'를 만들며 △사외이사가 3분의2를 차지하는 감사위원회를 도입하고 △소액주주들의 권리행사 요건을 일반 상장사의 2분의 1로 완화했다.

이런 장치들이 제대로 실효를 거둘지 의문스럽다는 지적이 많다.

문제의 핵심은 소유구조다. 선진국의 상장사들은 소유가 분산돼 있어 투명한 지배구조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으며 실패한 경영진은 곧바로 퇴진할 수 밖에 없다.그러나 우리나라 재벌은 계열사 상호출자를 통한 50% 안팎의 내부지분율을 확보, 합법적으로 주총을 장악하고 사외이사 자리마저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인사로 채울수 있다. 이런 여건에서 재벌의 전횡은 지극히 당연하다.

따라서 문제의 내부지분율 축소에 나서지 않는다면 재벌개혁은 쉽지 않다. 그럼에도 정부는 자본주의 국가라는 이유로 소유구조에 손대는 것을 꺼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내년부터 실시되는 출자총액제한제도의 비율을 25%에서 그 이하로 낮추고 계열사간 출자 주식에 대해 의결권을 제한하는 등 자본주의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도 다양한 방안을 강구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와함께 △기업 이해 관계자중 유일하게 경영능력을 갖춘 기관투자가가 경영에 참가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재벌산하에 있는 보험사, 증권사 등이 우회대출, 교차대출 등을 통해 재벌 계열사들을 지원하고 있는 만큼 제2금융권 지배.소유구조 문제를 신중히 검토하며 △경영진의 배임이나 소수주주권리 침해 등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강력한 형사처벌을 내려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밖에 유능한 전문경영인이 발탁되도록 경영자시장 활성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는 기업이 전문경영인을 선발하고 싶어도 이 시장이 제대로 형성돼 있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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