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계에도 북풍 솔솔

입력 2000-06-01 14:01:00

이 달 중순으로 예정된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가요계에 북풍(北風)이 불고 있다. 사상 처음으로 북한 가요를 엮은 앨범이 발매되는가 하면 남북 화합을 기원하는 내용의 트로트풍 가요가 발표된지 수년만에 '지각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것.

동아뮤직(대표 김영)은 북한 인기가요 11곡을 엮어 만든 '통일소녀'라는 음반을 이 달 초 발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음반은 지난 92년 귀순한 탈북자 안혁씨가 제작을 기획한 것으로 분단 이후 북한 대중가요의 첫 공식 발매작.

지난 90년 초 북한 최고 인기 가수인 보천보 전자악단 전혜영의 '휘파람'을 머리곡으로 '녀성은 꽃이라네' '내이름 묻지마세요' '축배를 들자' '선생님 생각' '어머니 생각' '행복' 등 북한 인기 가요 11곡을 담았다.

음반에 담긴 노래들은 언뜻 우리나라 60년대 트로트곡과 느낌이 흡사하다. 그러면서도 경쾌한 리듬을 가미한 것이 애조띤 정통 트롯과는 차별성이 느껴진다.

'어젯밤에도 불었네, 휘파람, 휘파람, 벌써 몇달째 불었네…'('휘파람' 중에서) 등 가사내용도 우리나라 대중가요와 큰 차이가 없다. 흔히 북한하면 떠오르는 '선전선동적' 냄새는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노랫말은 작사가 장정씨가 부분적으로 개사했고 작곡가 김지환씨가 손질, 완성도를 높였다.

노래는 지난 1월 KBS전국노래자랑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길정화(20·여)씨가 불렀고 가수 장혜진씨가 송 디렉팅을 맡았다. 북한 여성 특유의 비음 섞인 목소리를 섞어 '북한 맛'도 최대한 살렸다고 한다.

음반에 담긴 노래는 대다수가 서정적인 느낌을 주는 것으로 음반판매 수익금 일부는 북한동포돕기 기금으로 적립될 예정.

이밖에 신세대 트롯가수 김혜연이 부른 '서울 평양 반나절'이 최근 뒤늦게 인기를 얻고 있어 '북풍'을 반영하고 있다. 이 노래는 지난 95년 발표돼 대학가의 트로트운동가로 불려졌고 김혜연이 자신의 베스트 음반에 수록했던 곡.

김혜연은 이 노래의 인기를 발판으로 경북대·계명대·영남이공대·구미 금오공대·김천과학대 등 대구·경북지역은 물론, 전국 각 대학가의 지난 봄축제 단골손님으로 초청이 잇따랐고 하반기에도 10회 이상의 공연이 계획돼 있다는 것.

김혜연의 음반을 출시한 '탑뮤직'의 서판석씨는 "남북화해무드를 타면서 통일 염원을 담은 노랫말이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었기 때문"이라며 인기의 원인을 설명했다.

-崔敬喆기자 ko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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