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동반퇴진' 내분 심각

입력 2000-06-01 12:01:00

현대 정주영 명예회장이 정몽헌 회장,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과 함께 경영일선에서 동반퇴진한다고 발표한 가운데 정몽구 회장이 이를 재차 거부하고 나서 심각한 내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정주영 명예회장은 31일 김재수 현대 구조조정위원장이 대독한 친필각서에서 "세계적 흐름과 여건은 각 기업들이 독자적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하는 것만이 국제경쟁사회에서 성공할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한다"며 "따라서 본인과 정몽구.몽헌 회장은 경영에서 물러나고 정몽헌 회장은 남북경협사업에 전념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발표직후 정몽구 회장은 "사전협의 없이 구조조정위원회가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이라며 이를 즉각 거부한 뒤 정 명예회장이 직접 정몽구, 몽헌 형제를 불러 자신의 뜻을 전달한 이후에도 다시 수용을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이에 앞서 김재수 현대 구조조정위원장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어 정씨 3부자의 퇴진을 공식발표하고 "집행이사로 경영에 직접 관여하지는 않지만 주주이사로서의 권한과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는 또 자구계획안으로 현대자동차, 현대건설, 현대중공업, 현대전자, 현대상선 등 주력회사를 포함해 모든 계열사에 대해 해외 선진기업과의 합작 등을 통한 전략적 제휴를 추진, 지배구조를 글로벌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우량상장회사인 현대엘리베이터의 지분을 정리, 외국전문업체와의 합작을 추진키로 했다.

이로써 현 52개 계열사로 정리돼 있는 현대는 올해 총 16개사를 추가로 정리, 연말까지 21개사가 남게된다.

현대는 기존에 발표한 각 계열사가 보유중인 타회사 주식 및 부동산 등 자산을 매각, 총 5조9천억원의 유동성 자금을 확보키로 했다.

매각대상인 자산은 유가증권 2조7천74억원, 부동산 6천988억원, 기타 사업부문3천79억원등 3조7천141억원과 신규투자 축소분 2조2천억원이다.

유가증권은 △현대투신 정상화를 위해 주식을 담보로 제공한 비상장계열사인 현대정보기술, 현대택배, 현대오토넷 3개사의 잔여지분(1조7천억원상당) △IPIC와 합작한 현대정유 지분 일부 △현대건설 보유 유가증권(3천413억원) 및 부동산(2천41억원) 5천454억원 등이며 서산농장(6천400억원)도 활용할 방침이라고 현대는 밝혔다.

부동산 중에는 현대건설의 인천철구공장부지, 압구정동 사원숙소, 마북리 인력개발원 등 유휴토지, 미분양상가와 현대전자의 구의동 부동산, 현대상선의 선박 8척등이 포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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