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현대파장'우려

입력 2000-06-01 00:00:00

현대 정주영 명예회장 등 3부자가 31일 경영일선에서 전격 퇴진키로 함으로써 대기업 족벌경영체제의 붕괴가 가시화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몽헌·몽구 회장간에 벌어졌던 '왕자의 난'을 통해 불거진 현대의 족벌경영 폐해가 동반퇴진으로 매듭지어짐에 따라 다른 대기업의 지배구조에도 적지않은 영향이나 압력이 가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하반기에 예정된 금융 구조조정과 맞물려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금융권 등의 전방위 압박이 거세질 것으로 예상돼 재계로서도 족벌경영체제 개선을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 됐다.

특히 삼성, LG, SK 등 주요 대기업들은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을 추적하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들 대기업 역시 족벌경영체제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대기업 지배구조 개선문제의 중심에 서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동안 전문경영인 체제 확립, 지배구조 개선 등의 노력을 해왔다고는 하지만 삼성의 경우 이건희 회장의 아들 이재용씨의 편법상속 의혹, LG의 경우 구본무 회장의 비상장 계열사 주식 고가매입 의혹 등 투명 경영과는 거리가 먼 구시대적인 경영형태를 아직 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여전히 받고 있다.

말하자면 족벌경영체제로 문을 잠궈 놓은채 소액주주 등의 이익은 고려치 않는 '맘대로' 경영을 해온 셈이다.

이로 인해 주요 대기업들은 현대 문제의 파장이 자신들에게 직접적으로 다가오는 것을 애써 피하려하는 모습이 역력해 "현대 문제는 현대의 문제일 뿐"이라며 자신들이 함께 거론되는 것을 몹시 꺼리는 분위기다.

이들은 문제의 본질은 족벌경영체제에 있는 것이 아니라 경영의 투명성에 있다며 이번 현대문제를 확대 해석하지 말 것을 요구하고 오너가 경영일선에서 물러난다고 해서 기업에 대한 영향력을 잃는게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모 그룹 관계자는 "우리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난다고 해서 회장과 상관없이 회사가 운영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문제는 재벌총수와 가족들이 일반적으로 불과 5% 안팎의 지분만으로 계열사 상호출자를 통해 50% 안팎의 내부지분율을 확보, 경영권을 장악하는 등 실질적으로 권한을 행사하는데 있다.

따라서 족벌경영체제가 해체되고 제대로 된 전문경영인체제가 확립되려면 이런 내부지분 확보를 통한 경영권 장악을 막을 수 있는 장치 마련 등 다각적인 방안이 도입돼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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