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물리학을 가지고 놀았다"는 띠지의 광고 문구만 없다면 '파인만씨, 농담도 잘하시네'(김희봉 옮김·사이언스북스 펴냄) 표지에 실린 파인만의 사진은 영락없이 코미디언의 표정이다. 흑백TV 시대를 풍미한 유명한 코미디언 루실 볼의 상대역에나 어울릴법한 개살궂은 얼굴 표정에는 장난기마저 가득하다.
리처드 파인만(1918-1988). '양자전기역학 이론'을 재정립한 공로로 1965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고, 물리학 전반에 중요한 업적을 남긴 20세기 대표적인 미국 과학자다. 하지만 그는 물리학자라는 단어를 머리에 떠올릴 때 우선 연상되는 알 두꺼운 안경과 근엄한 표정과는 거리가 멀 정도로 그를 둘러싼 갖가지 에피소드는 그를 기이한 인물로 기억하게 만든다.
천재 물리학자의 기상천외한 인생 에피소드를 담은 이 책은 물리학계에 남긴 파인만의 발자취를 담고 있다. 회고록 성격에 파인만의 모든 명성과 업적 뒤에 숨겨져 있는 솔직하고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을 담았다. 모두 2권으로 된 이 책을 펼치면 시기순으로 총 5부에 걸쳐 파인만의 일생에 걸친 모험과 사상이 펼쳐진다.
파인만은 복잡한 수학적 표현을 도식적으로 쉽게 가시화할 수 있는 간단한 도형을 고안, 이른바 '파인만 다이어그램'을 만들어냄으로써 과학사에 한 획을 그은 천재 물리학자였다. 꾸밈없고 직선적인 독특한 개성에다 다양한 취미를 가진 기인으로 아인슈타인만큼 유명한 인물이다.
1권에서 이런 그의 명성에 걸맞는 갖가지 일화들을 만날 수 있다. 파인만의 소년 시절부터 2차대전 당시 원자폭탄 개발을 위한 '맨해튼 프로젝트'에 참가하던 무렵의 일까지를 담고 있다. 파인만은 매사에 장난기가 가득했다. 열두어살 때 온 동네 고장난 라디오를 뚝딱뚝딱 수리하던 일부터 숙모가 경영하는 호텔에서 아르바이트하며 완두콩을 쉽게 자르는 기계를 만들다 손을 베인 일까지 갖가지 재미있는 에피소드에는 그의 재치와 유머, 익살이 넘쳐난다.
2권에는 코넬대학을 거쳐 캘리포니아 공과대학 교수로 재직하던 시기의 내용들이 실려 있다. 그는 과학자를 비롯한 지식인들이 입고 있는 두꺼운 외투와도 같은 전형을 완전히 벗어 던지고, 연구실과 강의실, 수많은 거리의 사람들과 겪은 재미있고도 괴상한 일화들을 남겨 놓고 있다.
병든 아내를 즐겁게 해주기 위해 사람도 사냥개처럼 냄새로 물건을 알아맞힐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하고, 마술을 한답시고 벤젠을 묻힌 손에 불을 붙였는데 손등에 털이 많아 화상을 입는 등 웃지 못할 촌극들이 연출된다. 그의 다양한 취미 생활도 보여준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금고와 자물쇠 열기. 그는 금고를 여는 방법에 관한 책까지 읽으면서 이것에 빠져 들었다. 또 드럼 연주와 그림 그리기 등 눈에 띄는 것이면 뭐든지 철저히 해내는 인물이었다.
이 책의 재미있는 일화들 속에는 우리의 허를 찌르는 교훈들이 깔려 있다. 개인의 창의성 개발보다 받아 쓰기와 암기에 치우친 우리의 교육 현실을 질타하고 있는 듯 하다. 즉 파인만처럼 어느 누구도 생각지 못하는 자유로운 발상이야말로 물리학을 하는 데 아주 유리한 조건임을 깨닫게 해준다. 수수께끼에 대한 집착이 대단했고, 매사에 장난기가 가득했으며 겉치레와 위선을 불같이 증오한 인물 리처드 파인만의 삶과 과학에 대한 이야기는 이 때문에 우리로 하여금 박장대소하는 동시에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지도 모른다. -徐琮澈기자 kyo425@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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