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총재경선 불공정 논란

입력 2000-05-26 00:00:00

한나라당이 25일부터 총재단 선거전에 공식 돌입하면서 이회창 총재 측을 겨냥한 불공정 경선 논란도 더욱 가열되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 싹쓸이를 한 대구·경북권에서도 일부 지구당 위원장들이 부총재 후보들을 상대로 이 총재를 중심으로 한 정권창출에 앞장서겠다고 밝힐 경우에만 지지할 수 있다는 식의 입장 표명을 노골적으로 하고 있을 지경이다.

김덕룡 부총재, 강삼재 의원, 손학규 당선자 등 총재 경선에 나선 비주류 후보들은 선거운동 첫날인 이날부터 이총재 측이 경기 수원, 인천, 강원 지역 등에서 잇따라 대의원들과 간담회를 갖고난 뒤 기념촬영을 한 데 대해 "전형적인 대의원 줄세우기"라고 강력 반발했다.

이 총재 측은 특히 첫 방문지인 수원의 경기도지부에서 간담회를 갖고난 뒤 1시간여 동안 대의원들과 한 사람씩 기념 촬영을 한 게 이 지역 출신의 손 후보 측을 자극했다. 이 총재 측은 "대의원들에게 기념이 되라고 준 선물일 뿐"이라고 애써 강변하며 "추후 대의원 명부와 대조한 뒤 각 가정으로 발송해 주겠다"고 밝히기까지 했다.

그러나 손 후보 측은 "기념 촬영은 결국 대의원들의 출결 상황을 점검하겠다는 의도로 사찰이나 다름없다"고 거세게 비난했다. 손 후보도 행사장으로 달려가 "후보를 비교·검증할 수 있는 권역별 대의원 합동연설회는 불허해 놓고 이 총재 자신만 총선후 전국을 순회한 데 이어 이번에도 간담회를 통해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고 몰아 붙였다.

김 후보도 "대의원들과의 기념 촬영은 선거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며 "당내 경선인 만큼 공정하고 당당하게 치르기를 기대한다"고 가세했다.

부총재 경선에 출마한 박근혜 부총재도 "경선을 앞두고 특정 후보 쪽으로 줄세우기를 한다면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불공정 논란은 당내 초·재선 의원들 모임인 '미래 연대'가 26일 주최한 경선 후보 간담회를 이 총재 측이 사실상 거부키로 한 데서도 확산되고 있다. 게다가 당내 선관위는 전날 재심 끝에 종래의 입장을 번복, 허용키로 결정한 상황인 것이다. 이 때문에 이 총재가 최근 총재경선 출마 선언 등을 통해 "개인적으론 바람직한 것으로 보지만 선관위가 불허키로 해 어쩔 수 없다"고 했던 궁색한 변명도 이젠 설득력을 얻기 어렵게 됐다는 지적이다.

徐奉大기자 jinyo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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