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온종일 영남종금 본사건물에는 소액 예금 고객들의 항의와 분노가 계속됐다.오전 10시 종금사 2층 사무실에 들어선 김모(69) 할머니는 직원 앞에 덜썩 주저 앉은 채 울음을 터뜨렸다. "내 돈 우찌돼, 와 진작 이야기를 안했노"를 연발하며 눈물을 훔쳤다. 원금은 보장된다는 직원들의 설명에도 할머니는 분을 삭이지 못했다.
김 할머니의 돈은 2천만원 안팎. 몸이 불편해 특별한 돈벌이가 없는 할머니는 영남종금에서 받는 이자가 수익의 전부였다. 100원짜리 먹을 것 안먹고 1천원짜리 옷도 안사입고 모은 돈이라고 소리를 높였다. 남편과 사별하고 시장에서 온갖 궂은 일을 하면서 번 돈이라고 했다. 1층으로 내려온 할머니는 바지를 접어 끝이 해지고 구멍이 숭숭 난 7부 속옷을 보여주며 "내가 이렇게 모은 돈이다 이놈들아"라며 눈물을 훔쳤다. 할머니는 아침·점심을 모두 거른 채 "아이고 아이고"하며 눈물과 한숨만을 내보였다. 목이 쉬어 말을 잇지 못하고 어깨가 처져버린 할머니는 오후 4시가 넘어서야 자리를 떴다.
웅성거림, 한숨, 분노의 소리는 1층 로비 곳곳에서 오후 내내 이어졌다.
50대 중반의 이모(수성구 시지동)씨는 "이 나라는 없는 사람 다 죽이는 곳이냐"며 "가진자들은 일찌감치 돈 다 찾아가고 영남종금에는 우리 같은 피라미만 남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60대 초반의 배모(중구 계산동) 할머니는 "회사만 믿고 있으면 문제가 없다고 했다가 지금와서 3개월동안 참아달라면 세상에 누굴 믿어야 하나"며 "사장이라도 나와 무슨 설명을 해야될 것 아니냐"고 말했다.
지산동 이씨 아주머니, 대신동 서씨 아주머니도 자기 이름을 신문에 내 서민들의 분통 터지는 마음을 알려야 한다고 호응했다. "정부가 대책을 세워야 한다", "시민을 얕보는 것이다", "데모라도 하자"는 이야기도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직원이 분명히 문제가 없다고 해 어제 오후 돈을 넣었다"는 하모(수성구 범물동·54) 아주머니는 입금표를 흔들며 직원 얼굴이라도 보자고 외쳤다.
이날 오후 6시 쯤 지하주차장 옆 계단에는 30대 주부 2명이 수심 가득한 모습으로 서로 눈물을 글썽이고 있었다. "인자 우짜노. 이자가 적더라도 일반은행에 넣자는 남편 말을 들었어야 했는데. 당장 전셋값은 어디서 구하노…"
全桂完기자 jkw68@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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