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기업의 본사 지방이전을 강도높게 촉구하고 있는 가운데 대구에 본사를 둔 금융기관들은 되레 중앙사에 흡수합병 혹은 인가취소되거나 본사를 서울로 옮길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지역경제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IMF 관리체제 이후 지역 유일 종금사로 역할을 유지해온 영남종금은 24일 영업정지돼 앞으로 서울 소재 종금사와 합병 또는 인가취소될 것으로 예측되는 등 장래가 붙투명해졌다. 만약 영남종금이 다른 종금사와 합병이 성사될 경우 영남종금은 합병사의 대구지점 정도로 격하되고, 인가취소되면 문을 닫을 수 밖에 없어 지역기업에 대한 자금줄로서의 기능을 못할 가능성이 높다. 영남종금은 현재 지역 400여 기업에 1조2천억원 이상을 대출하고 있어 영남종금이 합병 또는 인가취소될 경우 지역 기업들은 자금난에 봉착하게 될 전망이다.
지역 상공인들이 만든 동양투자신탁이 전신인 삼성투자신탁증권이 본사를 대구에서 서울로 옮길 것이란 얘기도 지역 금융계에서 나오고 있다. 삼성투신은 지난달 재무관리팀 중 자금관리부분을 서울 수도권본부로 이동시키면서 당좌계정을 서울로 옮겼다. 이는 주거래 창구가 대구에서 서울로 바뀌었고, 수도권본부가 삼성투신의 자금운용을 총괄케 됐다고 봐야한다는 게 투신업계의 시각.
삼성투신은 이미 지난해말까지 회사의 주요 부서들을 순차적으로 수도권본부로 옮겨갔다. 이에 따라 수도권본부엔 영업기획팀, 상품관리팀, 신마케팅팀, 전략홍보팀, 경영기획팀, 리스크관리팀, 특별법인 1, 2, 3부 등 핵심부서가 포진돼 있다. 반면 대구 본사엔 총무팀, 인사팀, 감사팀, 정보지원팀 등 지원부서만 남아 있다. 본사 주소지가 대구에 있을 뿐 실제로는 본사가 벌써 서울로 옮겨갔다는 지적을 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대해 삼성투신은 "당좌계정을 서울로 옮기고 영업과 관련된 일부 부서들이 수도권본부에 있는 것은 금융감독원 등 관련 기관 및 업계와의 업무 특성상 부득이한 조치"라고 해명하고 있다. 조용상 삼성투신 대표이사는 "서울로 본사를 옮기려면 서울에 새로 사옥을 마련해야 하는 등 부담이 커 이전에 따른 실익이 없다"며 서울행을 부인한 바 있다.
하지만 지역 투신업계에선 삼성투신의 증권업 본격 진출 등과 맞물려 본사의 서울 이전이 가속화될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본사가 서울로 옮길 경우엔 지역기업들의 회사채 인수에 차질을 빚는 등 지역경제 전반에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전망도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李大現기자 s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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