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누구나 말하지만 아무나 쉽게 가지지 못하는 것. '행복 전도사' 조현춘(52·경북대)교수. 그에게 있어 인생은 행복의 파랑새를 찾아나선 찌르찌르와 미찌르의 긴 여정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아직도 끝나지 않은. 그는 경북 영일군 오천면에서 농사꾼의 8남매중 넷째로 태어났다. 가난했던 부모는 많은 자식들로 인해 허리가 휘청거렸다. 그는 중학 2학년때부터 가족의 입부담도 덜고 학비도 마련키 위해 포항의 한 부잣집에서 입주 과외아르바이트를 시작해야했다. 힘든 시절이었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행복을 찾아 먼길을 나선 첫걸음이었다.
"그때만 해도 부자들은 모두 행복한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아니더군요. 가난한 사람보다 더 돈 때문에 걱정하고 돈 때문에 다투는 모습을 보면서 어린 마음에도 돈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행복의 조건일까? 인간은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이 생겨났다. 공부를 잘해 우등생이었지만 가난 때문에 고등학교에 못갈 것이 확실한데다 색약이라는 신체적 제약 때문에 원하던 물리학자가 될 수 없다는 절망감이 겹치면서 정신적 방황이 시작됐다.
하지만 당시 포항 동지중의 수학교사였던 김석호·임문환 선생님의 애정어린 질책과 격려 덕분에 대구 계성고 특차전형에 합격했다. 삶과 인간에 대한 의문을 풀기 위해 서울대 심리학과에 진학했다. 계성고 물리교사였던 김진대 선생님의 도움으로 무사히 대학을 마치고 대학원까지 진학할 수 있었다.
그무렵 전공인 심리상담과 연계, 불행의 늪에 빠져 정상적인 사고의 궤를 벗어나는 사람들과의 만남이 늘어났다. 도대체 삶은 무엇일까? 인간은 행복해질 수 없는 것일까? 어릴때부터의 의문이 깊어지던 중 경북대 심리학과 교수로 부임하기 전 3년간 서울시립병원 정신병동에서 일하게 되면서 스스로 문제를 풀 수 있었다. "흔히 말하는 정신질환에도 자격증(?)이 있어야 합니다. 충격을 받았다 해서 정신질환자가 되는 건 아니란거죠. '미쳤다'는 사람들을 보면 자신을 버린 사람들이 많습니다. 심리학적인 용어로 '자존감'이 부족하다는 겁니다. 스스로를 소중하게 생각한다면 누구도 미치지 않습니다"
한국인의 심성에 바탕을 둔 토종 상담심리학 연구를 위해 불경을 읽다 엉뚱하게 한글 세대도 쉽게 읽을 수 있는 '금강경' '보현행원품' 번역서까지 냈던 그는 전통민요 '아리랑'에서 그 원리를 찾아냈다.
아리랑/아리랑/아라리요!/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십리도 못 가서 발병난다.
"슬픈 이별노래 정도로 알고 있는 '아리랑'이 사실은 우리가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 정신 건강을 유지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지침서라는 사실을 깨닫게 됐죠"
아리랑의 '아리'가 '밝음'을 뜻하는 'ㅂ·리'에서 유래했고 '랑'은 '고개'를 뜻한다는 국어학자 양주동선생의 풀이를 빌려 현대어로 풀어낸 조현춘판 '아리랑'.
밝음 고개/밝음 고개/밝음의 나라여!/밝음의 나라를 찾아간다/자신을 귀하지 않게 여기는 사람은/얼마 안 가 온갖 병 다 난다.
행복의 과정은 밝음의 나라를 찾아가는 여정이며, '나를 버리는', 즉 자신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사람은 온갖 질병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는 것.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는 행복의 길을 찾기 위해 지난 92년엔 고령의 한 시골집을 빌려 무작정 '행복훈련원'을 열었다. 방학 때마다 훈련원을 열기 시작한지 벌써 9년째. 그동안 400여명의 사람들이 이곳을 거쳐갔지만 첫 참가자는 친구·친구 부인 등 아는 사람 10여명에 불과했다.
"4박5일간의 훈련이 끝나고 참가자들의 얼굴이 확 핀 것을 봤을 때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기쁨 때문에 정신을 잃을 지경이었습니다. 구름 위를 붕붕 떠다니는 것 같더라니까요"
특별히 기억에 남는 참가자는 7년간 심각한 정신분열증을 앓아 직장도 그만 둘 수밖에 없었던 한 중년의 남성. 정신질환자임을 숨긴 채 참석했던 그는 훈련을 마친 후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증세가 호전, 직장인으로 복귀할 수 있었다. 정상인을 위한 프로그램이었던 행복훈련이 정신질환자에게도 유효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던 기회였다.
그는 '행복=마음통하기'라고 강조했다. 또한 세상에서 가장 기본적인 인간관계가 '부부'인만큼 부부간에 마음 통하기가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부부싸움때 흔히 '수십년 같이 산 마누라(남편) 속을 그리도 모르느냐'는 말을 합니다. 하지만 자신의 감정을 가슴 속에 꼬불쳐 두고 상대방이 자기 마음을 알아주길 바란다면 점장이하고 결혼하는게 차라리 낫죠. 마음이 통하려면 우선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내놔야합니다"
행복해지기 위해선 우선 자신을 소중히 생각하고 자신의 마음과 감정을 솔직하게 터놓고 말하는 일에 익숙해져야 한다는 조 교수. 그는 말끝마다 웃음을 터뜨리는 사람이다. 다른 사람의 마음까지 밝게 만든다. 그는 과연 늘 행복할까? "저역시 보통사람들처럼 화날 때도, 우울할 때도, 불행하게 생각될 때도 많습니다. 다만 그럴 때에도 행복한 마음을 가지려 애쓰다보면 빨리 불행감을 떨쳐낼 수 있지요" 동양사상을 접목시킨 상담심리학 확립을 위해 '도덕경' 번역에 도전하는 한편 행복훈련도 계속할 계획이라는 그는 이 세상 모든 이들의 행복을 기원하는 덕담으로 인터뷰를 마감했다.
"행복하십시오!"
-金嘉瑩기자 kky@imaeil.com
---행복훈련원 훈련법
행복해지는 방법을 가르쳐준다?
'행복훈련원'이란 이름에서 대단한 뭔가를 떠올리는 일반인들의 기대에 대해 조현춘 교수는 '단순히 말하는 법을 가르치는, 마음통하기 훈련'이라고 잘라 말한다. 참가자들이 받게되는 1단계 훈련은 '침묵'.
입만 벌리면 쏟아져 나오는 우리 말의 대부분은 자신과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침묵에 익숙해지면 2단계로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법'을 배운다.
단, 원칙이 있다. 출신이나 직업 등 자신의 배경에 대한 설명 없이 오로지 스스로의 감정상태에 대해서만 말하되 자신의 감정만큼 소중한 타인의 감정을 평가하지 않는다는 것.
따라서 다른 사람의 말에 이의를 나타낼 수 있는 '그런데' '그래서' 같은 접속어는 절대 쓸 수 없다. '그리고'라는 접속어만이 존재할 뿐이다.
조금은 어색한 대화가 이어지지만 이같은 화법을 4박5일간 되풀이하면 서서히 자신의 마음을 내놓고 다른 사람의 감정을 받아들이는 일에 익숙해지고 마침내 참가자들과 마음이 통하는 것을 느끼게 된다고.
행복훈련의 가장 열성적인 참가자이기도 한 조 교수는 행복훈련의 성과가 어떤 것인가를 5초마다 한 번씩 터져나오는 너털웃음으로 직접 보여줬다.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