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공상과학영화처럼 로봇들이 생활 주변에서 인간과 공존하는 정도는 아니지만 로봇들의 영역 확대는 갈수록 가속화되고 있다. 공장의 조립라인에 로봇이 투입된 것은 벌써 오래전 얘기. 외로운 노인의 말동무를 해주는 로봇, 위험지역을 대신 탐사하는 로봇, 복잡한 외과수술을 대신하는 로봇까지 등장했다. 인간을 대신해 행성탐험에 나설 로봇도 개발됐다. 로봇간 스포츠 게임도 갈수록 인기를 더하고 있다.
영국에선 지난해 화재 현장에 뛰어들어 가연성 혹은 폭발 위험이 있는 화학물질을 제거하는 로봇 소방관이 선보였다. '파이어 스파이(Fire Spy)'라 불리는 로봇소방관은 800℃까지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됐다. 내장된 적외선 카메라와 일반 카메라를 통해 화재 현장의 자세한 모습을 외부에 있는 조정자에게 그대로 전송할 수도 있다.
남극에서 운석을 탐사하는 '노매드(Nomad)'라 불리는 4륜구동 로봇도 있다. 노매드는 암석과 운석을 구별해 낼 줄 안다. 기존 탐사용 로봇은 정보를 수집할 뿐 해석은 인간의 몫이었다. 노매드는 스스로 탐사결과를 분석하는 첫 로봇이다.
사상 최악의 원전사고인 체르노빌 4호기 폭발 현장의 폐기물 제거작업에도 로봇이 활용되고 있다. 사고 현장에 투입된 로봇은 10여대. 이들 로봇은 미세한 플루토늄 조각들을 잡아내기 위해 공기 중으로 접착제를 분사, 벽과 바닥에 달라붙게 만든다. 다른 로봇은 작업을 쉽게 하도록 원자로 지붕의 배관을 절단하는 작업을 맡고 있다. 당초 이들 로봇은 미항공우주국(NASA)이 화성탐사를 위해 개발한 것. 방사능으로 인간이 접근할 수 없는 지역에 로봇이 투입돼 서로 도와가며 복구작업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파괴된 건물에 갇힌 생존자를 찾도록 고안된 미니 로봇도 등장했다. 압축공기로 구동하는 로봇은 폭발이나 지진에 의해 부서진 건물 안에서 생명체를 찾기 위해 상·하수도관이나 가스관 속을 기어다니며 생명 징후를 발견하면 위치를 알려준다의료분야에서도 로봇의 활약은 눈부시다. 영국 임페리얼대는 1mm 이내의 혈관까지 정확히 짚어내 혈액을 채취하는 로봇을 개발했다. 혈관의 위치와 주사바늘이 들어갈 깊이까지 정확히 측정, 한 번에 혈액을 채취하는 로봇 덕분에 혈관을 찾지 못해 여기저기 주사바늘로 찔리는 아픈 경험은 더 이상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또 혈관 등 인체 내 각종 관(管)속에 들어갈 수 있는 초미니 '로봇벌레(robot worm)'가 개발됐다. 독일 일메나우공과대학이 만든 로봇벌레는 인체의 정맥이나 동맥 속에 들어가 진찰, 청소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고. 마이크로 카메라가 장착돼 있어 외부에서 화면을 통해 로봇의 움직임을 관찰해 가며 수술 지시를 내릴 수도 있다.
복잡한 외과수술을 돕는 '엔도봇(Endobot)'도 있다. 외과의사가 수술 중요과정을 끝내면 엔도봇은 수술부위를 꿰매는 등의 마무리를 할 수 있다. 2개의 팔을 가진 엔도봇은 의사의 지시에 따라 수술부위를 붙잡고 자르고 오므릴 수도 있다.
로봇관련 오락산업도 각양각색이다. 미국에선 로봇간 전투게임인 '배틀봇(BattleBots)'을 만들어 최근 화제가 됐다. 지난해 11월 라스베이거스에선 배틀봇 2차 대회가 열렸다. 몸무게 140㎏급 로봇들이 망치, 톱, 칼을 가지고 상대편 로봇을 파괴하는 할리우드 액션영화식 오락. 비록 로봇이지만 이처럼 무자비하게 상대방을 파괴하는 것은 다소 비정해 보인다. 기획사는 권투나 레슬링처럼 쇼 산업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일본에선 로봇을 이용한 스모대회가 열리고 있다. 지난 90년 시작돼 올해로 11회를 맞는 관록있는 대회. 로봇 스모는 무선조종형과 자립형의 두 가지 형태로 나눠 진행된다. 무선조종형은 주파수를 통해 사람이 조종하는 것이며, 자립형은 조작자 없이 내부에 장착된 마이크로칩에 입력된 방식대로 로봇이 스스로 게임을 진행한다.
金秀用기자 ks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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