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왕' 박태준 총리가 19일 끝내 눈물을 보였다. 박 총리는 이날 정부종합청사 19층 대회의실에서 있은 이임식에서 "21세기는 우리가 선진대열에 서야 하는데… 부족한 이 사람 이렇게 물러나는 것을 아쉽게 생각…"이라며 끝내 말을 말을 잇지 못했다. 이임식에 참석한 장관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눌 때도 박 총리의 충혈된 눈은 풀릴 줄을 몰랐다. 장관들을 바라보는 표정에는 만감이 교차하는 듯 했다.
물론 박 총리의 낙마는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문민정부 시절 망명객 박 총리에게 국민들은 얼마나 많은 연민과 동정을 보냈던가. 그러나 박 총리는 이같은 동정과 기대를 이번에 여지없이 뭉개 버렸다. 부동산 명의신탁 파문에 이어 뇌물로 부동산을 사들이고 처남에게까지 명의신탁을 한 사실은 국민들의 분노를 사기에 충분하다. 결국 YS의 정치적 박해를 피해 일본에 머물 당시의 '13평 아파트'는 일종의 '쇼'가 돼 버린 꼴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번 박 총리의 실각에는 아쉬운 점이 없지 않다. 박 총리의 명의신탁 문제는 이미 지난 93년에 불거졌던 사안이다. 그런데도 왜 지난 1월 당시 박태준 자민련 총재를 행정부 최고책임자로 불러들일 당시 문제를 삼지 않았는지,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정치적 의도가 개입된 것 아니냐는 의혹도 그래서 제기된다.
또 비정한 정치현실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박태준'이란 이름 석자가 갖는 상징성이 전혀 감안되지 않은 파문의 시작과 끝이 이를 말해 준다. 현 정부 출범 당시 박 총리의 동지였던 DJP는 기다렸다는 듯 후임총리 논의에 들어갔다. 박 총리가 이날 끝내 눈물을 보인 것도 이 같은 소회 때문 아니었을까. 이상곤기자 정치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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