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6년 영국의 남극탐험선 인듀어런스호의 선원들이 배가 난파된 후 얼음섬에서 기약없는 구조를 기다리며 극한투쟁을 벌일때이다. 혹한속 생리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8ℓ짜리 기름통으로 요강을 만들었다. 밤에 오줌을 누되 위에서 5cm까지 채우는 사람이 내다버리기로 한 것. 그러나 몰래 오줌을 채워놓고 슬리핑백속으로 들어가 잠 잔 양심불량자가 있었다고 대원들의 생존기는 기록했다. 느닷없는 오줌 타령은 하찮은 규정이라도 모든 사람에게 지킬것을 기대하는 것이 간단하지만은 않다는 생각에서다.
상쾌한 아침 공기를 가르며 도심을 지나는 출근길. 오늘도 집을 나서면서 했던 다짐을 회사에 도착하기까지 지켰는지 자문해본다. 도대체 출근길인가, 출전길인가. 출퇴근만도 1시간이니 하루의 상당부분을 차안에서, 도로위에서 보내야 하는 기자로서는 언제쯤 여유있게 핸들을 잡게 될는지, 늘 불만이다. 길 위에서 보내는 운전자들의 수고를 경제적으로 환산하면 천문학적 규모가 되리라. 운전자들의 의식도 문제지만 교통 행정이 책임을 회피하거나 일부에서는 오히려 교통난맥을 조장하고 있는 부분은 없나 따지고 싶어진다.
출근길 아닌 출전길
오늘 아침에도 횡단보도 신호등이 깜박거리는 정지선 앞에서 음악을 듣고 있는 뒤통수를 여지없이 경적이 때렸다. 빨리 가지않고 뭐하느냐고 재촉하며…. 최근 대구시내의 횡단보도 보행자 신호등이 아예 점멸식으로 바뀌면서 부쩍 늘어난 행태다. 보행자는 대기했다가 푸른 신호가 내리면 즉시 내달려야 하며 노약자나 어린이는 여차하면 신호를 놓치기 십상이다. 기다리는 시간을 주지 않는다. 가뜩이나 성급한 우리 운전자들은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이 있어도 보행자 신호등이 깜박이니까 출발해버린다.
고백하건대 횡단보도 앞에서 나도 신호위반의 유혹을 받고 또 위반하기도 한다. 얌전히 신호를 기다리고 있으면 뒤차가 용서하지 않는 것이다. "이래서 우리 시민들을 또한번 교통위반으로 내모는구나" 원망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당국은 세계인이 알아주는 우리 국민들의 '빨리 빨리'근성을 마치 시험이라도 하듯 신호를 변경해놓고는 시민들의 항의에 오히려 긴 변명을 늘어놓았다.
無爲의 道
노자는 이미 당시에도 지도자의 덕목으로 '무위'(無爲)의 도를 설파했다. 쓸데없는 규제를 자꾸 만들면 백성들의 생업이 오히려 지장을 받는것은 물론 범법자를 양산하게 되니 신중히 해야 할 일이라고.
말이 나온김에 한 번 보자. 시내 곳곳에 U턴 지점이 있지만 특히 지하철 공사장 옆 상당수의 U턴 지점에는 지장물이 막고 있어 맞은편에서 차가 오는지를 확인하려면 중앙선으로 차를 내밀어야 한다. 위험하기 짝이 없다. 물론 U턴지점 앞에는 대개 보행자 신호등이 있기 마련이고 보행자 신호등에 파란 불이 켜지고 직진 차량이 없을 때 U턴하면 된다. 그러나 그렇게 기다리기에는 운전자들은 너무 마음이 바쁘다. 출근길인 동아쇼핑센터앞도 그 중 하나다. 앞에서 오는 차를 지켜보고 기다리는 동안 뒤에서, 옆에서 기다리던 차들이 쏜살같이 튀어나간다.
네거리 신호등은 곳곳이 진행속도나 순서가 다르다. 직진과 좌회전이 동시에 진행되는 곳이 있고 분리된 곳이 있다. 또 불과 50 ~100m도 되지 않는 곳에 설치된 신호등들이 더러 연동이 되기도 하고 안되기도 하는 등 제각각이어서 운전자들에게 과속과 위반의 원인을 제공한다. 연초제조창 네거리에서 굴다리를 지나 시민운동장 앞 네거리간이나 이곳에서 500m쯤 떨어진 명성웨딩 네거리와 대구도시개발공사 네거리간을 지나는 5개의 신호를 지켜보라. 마치 시민들의 인내심을 시험하는 구간 같기도 하다.
교통지옥 대구
도로를 보자. 1차로를 운행하다 보면 어떤 네거리 신호등 앞은 좌회전과 직진 차선을 분리해 둔 곳이 있는가 하면 어떤 곳은 그렇게 달리다보면 좌회전으로 곧바로 이어진다. 대구 사람도 불편한 판인데 대구 지리에 익숙하지 않은 외지인이 낭패를 당하는 것은 당연하다.
러시아워에 덤프트럭이 1차로를 '무서운 속도'로 달리는 것은 예사고 대형 코끼리차나 지게차가 유유히 시내 한복판을 달리는 곳도 대구다. 교통 무질서의 천국 중국의 북경이나 제남 등 도시와 별 다를게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언제쯤 즐거운 출퇴근길이 될 것인가. 2002년 월드컵 대회가 다가오고 있는데…. 이경우 스포츠레저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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