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점리뷰=진화와 문화
인간의 체질적 특징과 문화적 특징은 별개인 것같이 생각된다. 그러나 문화의 출현과 발달은 인류의 생물학적 진화 과정과 불가분의 관계를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인류가 겪은 생물학적 진화 과정의 기초를 제공해 주는 역할도 하였다. 문화가 발생하기까지는 그 이전에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의 준비 과정이 필요했으나, 일단 문화가 발생한 뒤에는 가속적으로 변화해 가고 있다. 그러나 인류의 진화와 문화의 발달은 우주와 항성, 태양계 그리고 생명의 진화 과정에 비하면 극히 미세한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우주는 지금으로부터 약 150억년 전에 한 덩어리의 물질로부터 대폭발을 일으켜 형성된 이래로 계속 팽창하면서 진화하고 있다. 즉, 물질의 대폭발 이래로 물질들이 행성과 항성, 은하계와 태양계로 진화하였다는 것이다. 이렇게 30억년 전 지구상에 세포가 탄생하여 2억년 전에 파충류에서 포유류로 진화하고 1억년 전에 최초의 영장류 동물이 발생하여 진화한 것에 비추어 보면, 인류의 진화와 문화의 발달은 그 역사가 아주 짧다고 할 수 있다. 인류와 문화가 어떻게 발생하여 진화해 왔는지를 이해하려면, 먼저 인류의 기원과 신체적 진화를 알아본 후 그것이 문화 발달과 어떻게 관련되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그러면, 인간의 신체적 진화와 문화적 진화의 원인에 대해 살펴보자.
우리는 인간의 생물 유기체적 진화의 원리를 유전과 환경의 측면에서 관찰해 볼 수 있다. 유전적 진화는 유전자 풀(gene pool)의 변화에 의해서 생기는데, 유전자 풀의 변화는 다음과 같은 경우에 일어난다. 첫째로 돌연 변이에 의해 새로운 유전자가 생길 때, 둘째로 다른 집단과의 교접을 통해서 유전자의 이동이 발생할 때, 셋째로 자연 선택의 압력에 따라 불리한 유전자의 제거가 생길 때, 넷째로 생식 과정의 우연한 사고로 인해서 유전자의 유실(流失)이 일어날 때이다. 즉, 이런 경우에 유전자 풀에 변화가 일어나서 인간의 생물학적 진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환경에 대한 적응의 면에서 인간의 진화를 살펴보면, 인간뿐만 아니라 모든 생물은 동물이든 식물이든 간에 그들의 생존을 위해서는 환경에서 먹이와 에너지를 얻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환경이 생물 유기체를 수용할 수 있는 능력에는 한계가 있다. 그러므로 그 한계를 초과해서 생물이 번식할 때 그들 상호 간에는 생존 경쟁이 일어나며, 최적자만이 그 환경에 가장 잘 적응하여 살아 남을 수 있게 된다. 이와 같은 생존 경쟁과 적자 생존의 현상 때문에 지금까지 지구상에 나타났던 모든 생물 중에서 99% 이상이 멸종되어서, 현재 남아 있는 것은 불과 1% 미만이라고 한다. 그런데 환경이 변화하면 그에 따라 생물의 적응 양식도 변화해야 되기 때문에 생물의 진화 현상이 일어난다. 이러한 환경적 요인과 자연 선택의 압력 때문에 오늘날의 인간도 신체상 많은 진화 과정을 겪어 왔다.
인간은 모든 생물 중에서 환경에 적응을 가장 잘 해온 최적자이다. 우선 식성에서 예를 들어 보면, 인간은 각종의 식물과 동물, 그 밖의 무기물까지 웬만한 것을 다 먹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소화 기관이 정교하게 발달하여 그러한 잡식물을 먹고서도 잘 소화해 낼 수 있도록 신체의 구조와 기능이 진화되었다. 또한 온도와 습도에도 잘 적응하며, 직립 보행을 하게 되면서부터 양손이 자유로워진데다가 특히 엄지 손가락과 다른 손가락들을 맞잡을 수 있어 도구를 제작하고 이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와 같은 손의 구조는 고등 동물에서만 볼 수 있다. 인간도 처음에는 네 발로 기어다니며 나무 위에서 생활하다가 지상으로 내려와 살게 되면서 자기를 해치려는 적을 빨리 발견하여 신속히 피할 수 있는 위험에 대한 급반응(急反應)이 필요하게 되었다. 이와 같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신체상의 진화가 바로 시각의 발달과 직립 보행에 적합한 팔, 다리, 척추, 머리, 기타 신체 각 부분의 분화로 나타났다. 특히, 대뇌의 증대와 우월한 신경 계통의 발달은 인간에게 연상 능력과 상징 능력을 발전시킬 소지를 마련해 주었고, 구강구조의 변화로 인간은 언어를 갖게 되었으며, 나아가 도구와 기술을 발달시키고 문자를 발명하게 되었다. 이와 같이 인류 문화의 창조와 진화·발전은 모두 위에서 본 인간의 신체적 변화와 함께 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문화의 진화도 역시 생물 진화에 비유해서 설명할 수 있다. 문화 변동의 원인은, 첫째로 생물 진화의 돌연 변이처럼 그 문화 체계 안에서 새로운 문화 요소의 발명 또는 발견이 있어 이미 존재하는 문화에 추가됨으로써 일어나고, 둘째로는 유전자의 이동처럼 서로 다른 두 문화가 접촉함으로써 한 문화에서 다른 문화로 어떤 문화 요소의 전파가 생길 때, 그 문화 요소를 받아들인 사회의 문화에 변화가 일어나며, 셋째로 유전자 제거처럼 어떤 문화 요소가 그 사회 환경에 부적합할 때 그 문화 요소를 버리고 더 적합한 다른 문화 요소로 대치시킬 때 문화 변동을 일으키고, 넷째로 유전자 유실처럼 어떤 문화 요소가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전달될 때 잘못되어 그 문화 요소가 후세에 전해지지 못하고 단절되거나 소멸되는 현상이 발생할 때 문화 변동이 일어난다. 그러나 생물 유기체의 진화 원리를 문화의 변화에 비유하여 그대로 적용하려고 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 이유는 문화는 유기체가 아니라 초유기체에 해당되며, 생식 과정이 아닌 학습과 모방이라는 체계가 문화를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전수시키기 때문이다.
---43차문제 최우수작
예시문에서 시사된 교육의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진다. 동생 또또카와 제제에 대해 누나 잔디라와 글로리아의 태도가 바로 그것이다. 잔디라는 동생들에게 강압적이고 억압적인 태도를 취한다. 이에 비해 글로리아는 동생들에게 부드럽고 따뜻하게 대하면서 현재 동생들이 하고 싶은 것은 그대로 하게 해 주는 태도를 취한다. 이 두 누나의 동생들에게 대한 태도는 교육의 방법에서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취할 수 있는 서로 다른 두 가지의 태도를 시사한다. 여기서는 글로리아와 같이 따뜻한 마음으로 동생을 이해하는 태도에서 그가 하고 싶은 욕망을 길러 주는 것이 왜 더 바람직한지를 논해 보기로 한다.
잔디라는 동생들에게 강압적이고 억압적인 태도를 취한다. 그녀는 동생들에게 하던 일을 그만두고 빨리 밥먹기를 강요한다. 또또카는 이에 순응하여 말을 잘 듣지만 제제는 자신이 하던 연 만들기에 여전히 몰두한다. 일사불란하게 동생들이 움직여 주지 않으니까 그녀는 제제에게 귀를 잡아당기고 뺨을 때리는 폭력을 가한다. 폭력을 당한 제제는 더욱 반발하여 누나에게 갈보라고 한다. 제제의 반항에 더욱 화가 난 누나는 머리칼을 당기고 발길질을 하면서 더 심한 폭력을 가한다. 이에 제제는 누나를 신에게 저주한다. 이러한 폭력과 반항은 악순환을 하게 된다. 이는 학교 교육에서 교사들의 학생에 대한 태도도 마찬가지다. 교사의 억압적인 폭력적 태도에 대해 순종적인 태도를 취하는 학생들도 있지만 학생의 판단에 더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것을 학생이 고집할 경우도 있다. 이때 교사의 판단이 반드시 절대적으로 옳다고 할 수 없다. 때로는 학생의 판단이 더 바람직할 수 있다. 이 경우 사소한 계기가 호기심이 강한 한 학생을 사회의 문제아이로 만드는 경우가 발생한다. 잔디라가 제제에게 불량아이로 취급하여 그를 나쁜 아이로 만드는 것도 이와 같은 경우이다.
반면에 글로리아의 경우는 동생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동생이 하고 싶어하는 것을 하게 함으로써 동생의 의견을 존중해 주는 태도를 취한다. 잔디라에게 반항적인 태도를 취하던 제제가 아주 온순해지고 순종적인 태도를 보여 준다. 글로리아는 제제가 선택한 놀이의 중요성을 인정해 주고 그가 몰두하는 놀이의 가치를 존중해 준 것이다. 잔디라가 동생에게 윽박질렀을 때 제제는 자신이 무시당한다는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반면에 글로리아가 그의 놀이에 관심을 가져 주고 그가 하는 놀이를 존중해 주었을 때 제제는 마음의 문을 열고 그가 왜 그 놀이에 몰두했는가를 솔직하게 말해 준다. 제제는 문제의 아이가 아니라 그의 판단에서 옳다고 하는 것을 옳다고 주장하는 아이일 뿐이다. 아이들을 교육하는 교사의 태도도 글로리아와 같은 태도가 더 바람직하다. 아이들은 인격이 없는 존재가 아니다. 그들도 그들의 가치 판단의 기준에서 사고하고 행동하는 것이다. 그들도 현재 하는 것 가운데 무엇이 더 중요한 것인지를 잘 안다. 글로리아에 대한 제제의 반응에서 진정으로 사회에서 능동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아이들을 교육하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배울 수 있다.
학교 교육에서 학생들을 단순히 순종하는 아이들로만 키우는 것은 문제가 있다. 학생들을 사회의 구성원으로 잘 키우기 위해서 규칙을 준수하고 규제에 순종적인 아이들로 키우는 것도 좋지만 그렇게 성장한 아이들은 사회 생활을 하는데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사고가 모자라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 특히 억압적이고 폭력적인 교육의 방법은 제제와 같은 자존심이 강한 아이들을 잘못하면 문제아이로 기를 수 있다. 학생들은 나이가 어려도 그들 나름대로 생각하고 판단할 능력이 있다. 그들이 왜 그들의 선택을 중시하는지를 알아보고 진정으로 더 중요하다고 생각되면 그것을 인정해 주는 교사의 태도가 바람직하다. 이것이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사회적 구성원들을 길러내는 바람직한 교육이 될 수 있다. 글로리아와 같이 학생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할 때 학생들이 가진 그들 나름대로의 능동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를 길러 줄 수 있는 교육이 될 수 있다.-(권광호 대건고 졸)
---43차 문제 총평
이번 논술 문제는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중 일부가 읽기 자료의 지문으로 제시되었다. 학생들이 이를 읽고 이 글에서 함의되어 있는 교육의 방법을 찾아내고 이를 통해서 교사의 바람직한 태도와 올바른 교육의 방법에 대해 논술하는 문제였다. 이 문제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먼저 이 글에 함의된 교육의 방법이 어떤 것이 있는지를 찾는 것이다. 그리고 바람직한 교사의 태도와 올바른 교육 방법을 주장하고 제시해야 한다. 바람직한 교사의 태도와 올바른 교육 방법은 따로따로 쓸 수도 있고 하나로 쓸 수도 있다. 전체 글을 구성할 때 학생들이 유의할 점은 서론과 본론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이다. 이와 같은 문제의 경우 서론에서 읽기 자료의 내용을 충분히 분석해서 함의된 교육의 방법이 어떤 것이 있는지를 밝혀 쓰는 것이 좋다. 그래야 본론에서 자신의 논의를 충분히 전개할 수 있다.
이번 논술에서는 대건 고등학교를 졸업한 권광호 학생의 글을 최우수작으로 뽑았다. 학생의 글은 문제에 대한 이해가 좋고 전체 글의 구성도 잘 되었다. 본론의 두 번째 단락에서 글로리아가 제제에게 마음의 문을 열고 말했을 때 제제가 솔직하게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게 된다. 이것이 어떻게 능동적이고 창의적인 아이로 길러 주는지 그 이유를 좀더 자세히 써 주었더라면 더 설득력 있는 글이 되었을 것이다.
---45차문제
문제:가)의 글은 1930년대 임화의 시 '현해탄'이고 나)는 이에 대한 간단한 해설이다. 가)의 시에 나타난 것처럼 그 당시에는 일본에 많은 유학생들이 공부하러 갔다. 이에 비해 오늘날에는 미국을 비롯하여 일본, 독일, 프랑스와 같은 나라에 많은 유학생들이 공부하러 간다. 아래의 가)와 나)의 글을 참고하여 이들 유학생들이 공부하러 떠나는 자세가 어떠해야 올바른지를 논술하라.
가) 이 바다의 물결은
예부터 높다.
그렇지만 우리 청년들은
두려움보다 용기가 앞섰다.
산불이
어린 사슴들을 거친 들로 내몰은 게다.
……중략……
첫 번 항로에 담배를 배우고,
둘째번 항로에 연애를 배우고,
그 다음 항로에 돈맛을 익힌 것은,
하나도 우리 청년이 아니었다.
청년들은 늘
희망을 안고 건너가
결의를 가지고 돌아왔다
그들은 느티나무 아래 전설과
그윽한 시골 냇가 자장가 속에,
장다리 오르듯 자라났다.
……중략……
비록 청춘의 즐거움과 희망을
모두 다 땅 속 깊이 파묻는
비통한 매장의 날일지라도
한번 현해탄은 청년들의 눈앞에
검은 장막을 내린 일은 없다.
오늘도 또한 나젊은 청년들은
부지런한 아이들처럼
끊임없이 이 바다를 건너가고, 돌아오고,
내일도 또한
현해탄은 청년들의 해협이리라.
〈임화의 시 '현해탄' 중에서〉
나) 임화는 그의 시 '현해탄'에서 청년들이 일본에 공부하러 유학 가는 이유를 잘 말하고 있다. 그들이 현해탄을 건너 일본으로 가는 것은 일본을 극복하기 위한 희망을 가지고 건너가 결의를 가지고 돌아오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현해탄의 물결은 항상 높고 험했다. 그래도 그 시련이 크고 힘들어서 타락하거나 좌절한 것은 결코 우리들의 청년이 아니었다. 돈맛에 물든 것도 우리들의 청년이 아니었다. 적어도 일본의 지배를 받고 있는 조선의 젊은이들의 태도는 비통한 죽음의 날이 올지라도 희망과 용기를 가지고 현해탄을 건너야 한다. 그는 이것이 현재 및 미래의 우리 청년들이 처한 현실이고 과제라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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