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파전 구도로 치러질 한나라당 전당대회 총재 경선을 앞두고 압승을 자신하던 이회창 총재 측이 긴장하고 있다. 총재 경선에 뛰어든 강삼재·김덕룡·손학규 후보 측의 기세가 예상밖으로 강해지면서 당초 "80%를 웃돌 것"이라던 전망이 흔들리는 낌새가 감지되고 있는 가운데 17일 한나라당 경남도 의원들이 집단으로 '강삼재 의원 지지'를 선언하면서 위기감이 증폭되고 있다. "어떤 상황에도 당선은 부동"이란게 한나라당내 대세이지만 "향후 당 운영 및 대권가도의 순항을 위해선 압도적인 지지율이 필요하다"고 보는 이 총재 측으로서는 득표율 감소가 적지않은 부담이다.
이 총재 측의 위기감은 18일 경남도지부 사무처장이 '경남도의회 한나라당 소속 의원 일동'의 명의로 "특정후보 지지 부분은 각자의 의사에 맡기기로 했다"며 17일 경남도의원들의 집단 지지선언을 백지화하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하면서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당내 비주류 측은 경남도 의원들의 집단 의사표현에 위기감을 느낀 이 총재 측이 어떤 식으로든지 압력을 행사, 번복 성명을 발표하게 했다고 보고 있다.
경남도 의원들의 집단 지지를 이끌어 냈던 강 후보는 19일 "정상대 경남도지부 사무처장이 중앙당의 질책을 받고 사전 양해없이 일방적으로 번복 성명서를 날조, 배포했다"며 "이는 이 총재 측의 공작으로 대표적인 불공정 사례이며 1인 지배체제의 한나라당 현실을 드러낸 것"이라고 비난했다.
호남 분위기도 만만찮다. "비례대표 선정 과정에서 홀대 받았다"며 반발해온 호남 지역의 심상찮은 기류를 김덕룡 후보가 공략, 대의원 상당수의 이 총재 지지 이탈을 유도하는 것에 당혹해 하고 있다. 게다가 손학규 후보도 경기지역을 중심으로 반 이회창 표 묶기에 열을 올리며 이 총재의 대승구도를 흔들고 있다.
그러나 호남 및 경남과 경기 일부의 반발기류와는 달리 대구·경북은 일단 이 총재 쪽으로 일찌감치 굳어진 모습이다. 총재 경선 출마자가 아예 없는데다 부총재를 비롯 당직 및 국회직 경선을 선언한 의원들을 비롯 대부분의 지역 의원들이 "이 총재 대안 부재론"을 강조하며 줄서기에 열중하고 있다. TK 지역의 이같은 분위기에 안도하고 있는 이 총재 측은 그러나 반창(反昌)도 친창(親昌)도 드러내지 않은 채 원론적인 행보를 보이며 이 총재의 발목을 잡고 있는 박근혜 의원이 부총재 경선에서 1위를 차지할 것인가에 주목하고 있다. 박 의원이 최고득표를 기록할 경우 이 총재에게 무한의 압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徐泳瓘 기자 seo123@i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