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계 쿨 냉기 매섭다

입력 2000-05-18 14:14:00

날씨가 뜨거워지면 자연스레 찬 것을 찾기 마련. 한낮 열기가 봄볕을 저만치 밀어낸 요즘, 다시 모습을 드러낸 쿨의 냉기가 매섭다.

쿨의 5집이 가요판에 강풍을 쏟아보내고 있다. 앨범을 발표하기가 무섭게 5월 둘째 주 가요순위 1위를 차지하더니, 앨범 판매량에서도 단숨에 1위를 꿰찼다.

발매 단 이틀만에 50만장을 팔아치웠다고 한다. 지난 97년 발표했던 4집 판매량 90여만장 기록을 넘어서는 것은 시간문제.

이번 작품은 "역시 '쿨'이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쿨'다운 앨범이다. 쉽고 가볍고 누구나 따라 부를 수 있는 노래.

신작앨범의 인기를 주도하는 곡은 머리곡인 '해석남녀'. '애상' '운명' '해변의 여인' 등 쿨의 히트곡을 만들었던 윤일상이 곡을 썼다. 복고풍 로큰롤에다 트위스트 리듬까지 섞어놨다. 음반을 돌리면 어깨가 자연스레 들썩인다.

노랫말도 재미있다. 댄스곡의 특성상 그냥 들어서는 무슨 얘기를 늘어놓고 있는지 모른다. 활자로 만들어진 가사를 펼쳐보자. 늑대라 치부되는 남자와 내숭으로 대표되는 여자에 대해 자세한 해석을 달아놨다.

이번 앨범에는 모두 16곡을 넣었다. 트위스트, 발라드, 댄스, R&B, 트롯풍의 노래까지. 요즘 유행하는 '짬뽕 음반'을 벗어나지 않았다. 4집과 4·5집에 참여했던 박해운이 프로듀싱을 맡았다.

하지만 '세미트로트'라며 음반에 넣어둔 '매끈한 여자'는 어딘지 어색한 느낌을 감출 수 없다. 이따금 콘서트에서 트롯가요를 부르며 새로운 실험을 했던 쿨에 대한 기억이 없지 않지만 이 노래는 리듬이나 멜로디 흐름에서 아쉬운 점이 적지 않다. 새로운 장르에 대한 도전이라 치면 그리 큰 흠은 되지 않겠지만.

여성보컬 유리(24), 리드보컬 이재훈(27), 래퍼 김성수(28)로 구성된 혼성댄스 그룹 쿨. 댄스곡이 강세라는 여름 가요계에서 과거의 전통을 그대로 이어갈지. 그들의 행보가 올 여름날씨 전망만큼이나 궁금하다.

崔敬喆기자 ko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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