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준 총리도 이날 국무회의에서 뭔가 작심한 듯 했다. 대통령 면전에서 직접 경제부처 장관들을 질책하고 나섰다. 기회있을 때마다 경제부처 장관을 불러 1대1 회의를 해온 입장이지만 이날만은 그냥 입을 닫고 있을 입장이 아니었던 것 같았다.
박 총리가 이날 직접 거론한 문제는 투신사 부실과 금융구조조정문제, 공적자금 투입 규모의 혼선 등이다. 최근 경제위기론이 재론되는 상황에서 이들 문제가 가장 핵심사안이라고 판단한 듯하다.
박 총리는 "대한투신, 한국투신, 현대투신 등의 경영부실 문제뿐 아니라 이들 금융기관의 부실이 정확하게 평가되지 못해 두 차례에 걸쳐 공적자금을 투입하고도 앞으로 또 넣어야할 가능성도 있다"며 "이 부분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질책했다. 박 총리는 특히 공적자금 추가 수요와 관련해 "정부가 하는 일에는 무엇보다 투명성과 신뢰성이 중요하다"며 국민들의 의구심을 적극적으로 해소해 나가라고 지적했다.
또 박 총리는 국제수지 흑자규모가 급속히 감소하고 있는 점을 지적하면서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이 먼저 솔선수범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박 총리는 손을 들어올리는 등 다소 격앙된 제스처를 취하며 경제장관을 몰아 세우기도 했다.
총리실 관계자는 "박 총리는 장관들이 현장을 중시하지 않고 안일하게 탁상행정을 펴는 것을 몹시 못마땅해 하고 있다"면서 "이날 국무회의 발언도 직접 작성했다"고 말했다.
李相坤기자 lees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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