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미국, 텍사스주 포드워스에서 열린 미국장로교 총회에 옵서버로 참석한 나는 그곳에서 배티라는 할머니 한 분을 만났다. 회의장인 컨벤션 센터에서 우연히 만난 그 할머니는 한국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이며 이야기하다 나에게 경주에 있는 어느 중고등학교를 아느냐고 물었다. 그 할머니가 말한 학교는 내가 졸업한 학교였기 때문에 나는 그 학교를 잘 알뿐 아니라, 내가 바로 그 학교를 나왔다고 대답했다. 할머니는 반갑게 나의 손을 잡으면서 자기와 그 학교와의 관계를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지금으로부터 40여년 전, 경주에서 선교활동을 하며 중고등학교를 운영하던 선교사의 부인이 배티 할머니의 친구였으며, 그 선교사 부인의 요청으로 오랫동안 그 학교의 학생들을 도왔다는 것이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내가 바로 그분들의 도움으로 장학금을 받아 공부를 한 사실이었다. 나를 도와 준 분들이 누구였는지, 이름도 얼굴도 몰랐었는데, 꿈속에서 만나듯이 미국 땅에서 만난 것이다. 그것도 40여년이 지난 지금, 그때의 어린 중학생이 이제는 목사가 되어 한국교회의 대표로 미국장로교회의 총회에 참석하였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던지 배티 할머니는 "우리들이 오래 전에 뿌린 작은 씨앗들이 이렇게 아름다운 열매를 맺을 줄 몰랐습니다"라며 눈물을 글썽였다.
"누구든지 사과 속의 씨앗은 헤아릴 수 있어도, 오직 하나님만이 씨앗 속의 사과를 헤아릴 수 있다"는 서양 격언이 있다. 사과 속에 들어 있는 씨앗이야 쪼개보면 열개 미만이지만, 그 씨앗 하나를 심게 되면 그것이 사과나무로 자라게 될 것이고, 그 사과나무를 통해 열려지는 사과는 몇 개나 되는지 아무도 모른다. 이 진리를 믿는 사람이라면 내일 세상의 종말이 온다고 하더라도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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