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시민단체와 지방의회

입력 2000-05-17 00:00:00

최근 지방의회 의원들이 잇따라 해외연수를 빙자한 관광성 외유에 나서자 시민단체들이 지방의회를 불신임하겠다며 발끈하고 있다.

경산시의회는 지난달 17일부터 무려 16박17일 일정으로 러시아, 독일, 체코, 슬로바키아 등 동유럽 국가들을 순회하는 해외연수를 마치고 '당당한' 모습으로 돌아 왔다.

그러나 경산시내 시민모임, 농민회, 민주단체 협의회 소속 회원들은 지난 12일 의회를 항의 방문했다. 20일까지 여행경비 사용내역을 공개하지 않으면 주민소환운동을 벌이겠다고 벼르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경산시의회와 같은 날 9박10일 일정으로 유럽 6개국을 다녀 온 경남 합천군의회가 농민회의 의회점거 농성 등 반발로 급기야 의장이 책임지고 물러난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경산시의회의 이번 해외연수에서 의원13명 등 연수단 16명이 사용한 경비는 총 6천900만원. 지난 96년의 4천800만원 보다 2천100만원이나 증액했다. 의원 1인당 431만원씩 뿌리고 왔다는 계산이다. 더욱이 의회 사무국 직원을 3명씩이나 짐꾼(?)으로 동행시켰다 .

전국 대부분의 지방의회 해외연수 일정이 평균 열흘인데 반해 경산시의회는 보름을 넘겼다는 사실 역시 시민단체들의 심기를 건드리고 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시의원들이 지난번 예산 심의때 민생관련 예산을 무 자르듯 잘라 이를 자신들의 해외여행 경비에 덤으로 보태 낭비성 외유를 떠났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시의원들은 요즘 축산파동에다 오랜 가뭄으로 바싹 타들어 가는 농민들의 심정을 조금이나마 헤아렸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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