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후반 이상의 노령 한국인들은 일제하에서 날마다 '황국신민서사(皇國臣民誓詞)'의 암송을 강요당했던 비참한 과거를 기억할 것이다. '우리들은 대일본제국의 신민입니다'로 시작되는 3개항의 맹서를 학교와 직장, 관공서 등에서 식민지 백성의 생존을 협박하며 강제했던 것이다. 초등학교 어린 코흘리개 아이들에게는 교실 정면에 걸린 일본천황의 궁성을 찍은 사진에 조석으로 경례를 시켰고 이 서사를 일본말로 외우지 못하는 한국인은 식량배급도 못받았다.
그같은 반인류적 악행이 패전으로 징치된지 반세기가 넘은 지금 명색이 민주헌법으로 국가체제를 운영하고 있다는 일본의 현직 총리 입에서 황국관(皇國觀)이 되살아나고있다. "일본은 천황을 중심으로 한 신의 나라라는 것을 국민에 확실히 알리기위해 30년을 활동해왔다"고 한 모리 요시로 총리의 발언은 우리에게 잊혀져가던 공포의 기억을 되살린 것이다. 그는 또 교육현장에서 그 중요성을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이렇게되면 일본의 우경화 움직임은 확실히 전전(戰前)의 제국주의 수준으로 복귀하는 것이다. 이미 신가이드라인법안, 국기국가법안, 방위부의 방위청승격 등에 이어 전쟁책임자인 히로히토의 유덕을 기리는 히로히토 천황의 날까지 제정한 바 있다. 이제 현직 총리에의한 천황중심의 신국관까지 천명된 것은 일본 우경화의 완결단계를 의미하는 것같다. 경제와 무력대국의 제국주의적 모습이다.
그러나 일본에도 양심세력이 살아있어 다행스럽다. 야당이 "국민주권 원칙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말"이라며 "아시아 국가에 줄 영향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주변국인 중국은 외교부의 공식성명으로 과거사의 교훈을 바로새기도록 경고했다. 그런데 우리정부는 공식적으로 아무 말이 없다. 당국자의 사견을 전제로 "모리 총리의 개인적 견해"로 얼버무린다. 정말 어느 나라 정부인지 묻고싶다.
홍종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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