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 '신곡'의 작가로 명망높았던 단테가 어느날 절친한 친구와 거창한 만찬에 초대 받았다. 때마침 출출하던 참이라 두 사람은 푸짐한 쇠갈비 요리가 나오자 마음껏 뜯었다. 어느정도 요기가되자 장난기가 발동한 친구는 자신이 뜯어먹은 쇠뼈까지 고스란히 단테쪽에 밀어 놓고는 "아따 그사람, 걸신들린것처럼 많이도 먹었네"라고 놀렸다. 그러자 단테는 "걸신은 자넬세 그려. 먹기는 먹었는데 아무것도 없는걸보니 뼈채 통째로 삼킨게 아니던가"라고 맞받았다던가.
4·13총선 출마자들이 선거비용 지출액을 지나치게 낮게 신고, 말썽이 되고있다. 신고자 1천37명중 법정신고액을 초과 했다고 신고한 사람은 단1명도 없었고 최고 신고 액이 1억6천310만원(전남·담양·곡성선거구 김효석)이고 최하는 85만4천650원(대구중구 박진호)으로 평균 신고액은 8천775만원. 이 액수는 현행법으로 규정된 평균 법정한도액인 1억2천600만원에 비해 터무니 없이 동떨어진다.
이번 총선은 과거 어느때보다 과열됐다는게 중론이었다. 그런데도 모두가 '멀쩡하게' 합법(合法)신고를 하고 있으니 그렇다면 선거운동 기간중 빚어진 과열선거운동은 무엇이란 말인가. 설마 단테의 친구처럼 후보자가 스스로 자신의 선거운동 비용까지 몽땅 삼킨것은 아닐텐데 말이다.
이 와중에 일부 선거구에서는 당선자들이 불법 선거운동을 폭로하겠다는 브로커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한다. 선관위 실사결과 법정선거비용의 200분의 1이라도 초과 지출한것이 확인되면 당선무효가 되기때문에 일선에서 직접 뛴 운동원이 증거를 챙겨들고 "돈을 안주면 재선거를 각오하라"고 협박 할 경우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과거 소련총리 흐루시초프는 "정치인이란 시냇물이 흐르지 않아도 다리를 놓겠다고 약속하는 인간"이라 평가, 정치인을 터무니 없이 '대포만 쏘고 세비타먹는 인간'쯤으로 치부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처럼 날고 기는 이 양반들이 브로커들에게 코가 꿰인 꼴이 되고 있는것이다. 뛰는 ×위에 나는 ×이라고나 할까. 어쨌든 현실을 외면한 터무니 없이 낮은 법정선거비용도 문제를 꼬이게 한다는 점을 또한 지적지 않을 수 없다.
김찬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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