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고속철도 차량선정 로비의혹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제자리를 맴돌면서 이 사건과 관련된 각종 의혹이 풀리기는 커녕 눈덩이 처럼 불어나고 있다.
검찰은 12일 알스톰사 로비스트였던 최만석(59)씨가 검거되기 전에는 수사에 별진전이 없을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 하면서 최씨의 소재파악과 계좌 추적에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해 한차례 검찰에 출두해 조사받고 나간 뒤 6개월 이상 행방이 묘연한 최씨가 수사망에 걸려들 기미가 좀처럼 보이지 않아 이번 사건은 장기화될 공산이 커지고 있다.
◇로비의 실체=검찰은 최씨가 문민정부 출범을 계기로 알스톰사의 로비스트로 채용된 후 차량공급업체로 알스톰사의 TGV(테제베)가 선정될 수 있도록 정·관계고위 인사들을 상대로 로비를 벌인 흔적을 포착했다.
검찰은 특히 지난해 10월께 최씨를 1차 소환 조사하는 과정에서 알스톰사의 로비스트가 된 후부터 차량공급업체가 최종 결정된 94년 6월을 전후한 시기까지 접촉한 인물들을 대부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검찰은 이번 사건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금품로비 의혹을 규명할 결정적인 단서를 포착하는데는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1천100만달러의 성격=최씨는 알스톰사가 차량공급 계약을 체결한 후인 94년11월과 95년 5월 2차례에 걸쳐 미국계 은행 홍콩지점을 통해 1천129만여달러를 받았다이 돈은 최씨가 93년 4월 초순 방한한 알스톰사 회장으로부터 문민정부 고위관계자들에게 로비를 해달라는 청탁을 받은 뒤 계약이 성사될 경우 계약금(알스톰 지분)의 1%를 사례금으로 받기로 약정한 데 따른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수사로는 최씨가 차량공급업체 선정과정에서 제대로 역할을 못한 것으로 드러나 알스톰사가 최씨에게 건넨 돈은 엄밀히 말해 사례금이라고 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어떻게 해서든 차량공급권을 따내려던 알스톰사가 정치권 고위 인사들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접근한 최씨에게 놀아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경우 이번 사건은 희대의 사기극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한국내 정보력이 만만치 않은 알스톰사가 그렇게 쉽사리 속아넘어 갔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점에서 최씨가 모종의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알스톰 한국지사장 C씨의 역할 =C씨는 구속된 호기춘(51)씨의 남편이다.
C씨는 90년께 알스톰사 일을 도와주던 호씨를 만났고 93년 초 호씨를 통해 최씨를 소개받아 로비활동을 부탁했다.
알스톰 한국지사 관계자에 따르면 C씨는 최근까지 계약성공 보수금을 35대 65의 비율로 나눠갖기로 한 호씨와 최씨간의 이면거래를 몰랐다고 한다.
그러나 C씨는 알스톰사가 차량공급 계약을 맺은 지 얼마후인 94년 8월 호씨와 결혼했고 호씨는 같은해 12월과 이듬해 5월 알스톰사가 최씨에게 준 1천129만여달러중 395만달러를 자신의 몫으로 챙겼다.
검찰은 호씨가 이 돈을 부동산 매입 등 개인적 용도로 쓴 사실을 확인했다.
호씨의 변호인인 심재륜 변호사는 "호씨는 구속된 후 남편이 회사에서 어떻게 될까봐 안절부절 못하더라"고 말했다.
C씨의 역할에 궁금증을 증폭시키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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