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애 낳을 뻔

입력 2000-05-13 00:00:00

불임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일본 이시카와(石川)현의 한 병원에서 지난 95년 체외수정한 수정란을 실수로 다른 여성환자에게 이식시킨 의료사고가 숨겨져 왔었다고 일본 요미우리(讀賣)신문이 13일 1면 머릿기사로 보도했다.

비슷한 이름의 환자에 대한 취급부주의로 발생한 이 사고에 대해 병원측은 "당시에 만일 임신했었다면 중절수술을 실시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며 실수를 인정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1983년 일본에서 첫 인공수정이 실시된이래 출생한 어린이는 지금까지 4만7천명을 넘고 있으나 이같은 류의 사고가 밝혀진 것은 이번이 처음.

병원측에 의하면 의료사고를 당한 여성은 토야마(富山)현에 사는 20대 후반의 환자로, 같은 날 체외수정을 받을 예정이었던 30대 환자의 수정란을 엉뚱하게 자신의 자궁내에 이식당했다.

당시 그 병원에는 인공수정치료를 받기 위한 여성 3명이 치료대기실에 있었다. 간호사가 환자의 이름을 불렀을때 치료를 받아야 할 30대 여성 대신 성이 한글자 다른 20대 후반의 여성이 치료실로 들어왔다는 것. 치료직전 의사가 이름을 불러 확인했다고 하나 그대로 진행돼 배양실에서부터 옮겨온 남의 수정란이 그녀에게 이식되고 말았다.

치료직후 환자를 병실로 옮기는 도중에 원래 치료를 받아야 할 30대 여성이 대기실에 있음을 간호사가 발견, 병원이 발칵 뒤집혔다. 담당 의사는 20대 여성환자에게 백배 사죄하고 임신 여부가 판별될 때까지 약 열흘이 걸리며 임신반응이 있다면 약제로 처리하겠다는 점을 설명했다고 한다. 그러나 결국 수정란은 착상되지 않아 임신은 되지 않았다.

병원측은 "집중력의 결여와 타성이 실수의 원인이었다"고 밝히고 이번 사고를 계기로 △호명할 때 성외에도 이름까지 확인하며 △주소와 몸의 특징, 기타 기록도 대조한다는 등의 개선 조치를 취했다.

朴淳國 편집위원 tokyo@imaeil.com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