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배우는데 나이는 무슨 나이'8일 오후 1시 대구시 삼덕동 노인무료컴퓨터 교육장(423-4107). 하얗게 머리가 센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모니터 앞에서 주름진 손으로 마우스를 놀리느라 분주했다. 아직은 서툴지만 타닥타닥 자판을 두들기는 솜씨도 그럴듯 해 보였다. 정원이 20명이지만 배우려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넘쳐 언제나 자리가 모자란다.
지난해 11월 문을 연 노인 무료 컴퓨터교실 수강생들이다.
"우리도 어엿한 네티즌이야" 수강 5개월째라는 박두진(71) 할아버지는 퇴직한 친구들과 함께 수소문 끝에 이곳을 찾았다.
처음에는 컴퓨터를 켤줄도 몰랐는데 이제는 인터넷으로 신문도 볼수 있게 됐다며 좋아했다. 지금은 하이텔이나 네티앙 등을 통해서 전국의 다른 네티즌 할아버지, 할머니들과 채팅하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단다.
"이쁜 할머니들 하이텔 원로방에 많이 놀러와요"라는 할아버지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하다. 수강 7개월째인 황근대(72) 할아버지는 이미 PC통신 하이텔에서 이름난 작가. 최근에는 PC통신에 연재한 40여편의 글들을 모아 '우리는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노인 컴퓨터교실은 노인정의 풍경도 바꾸어 놓았다.
한 할아버지는 바둑 장기만 두던 친구들이 이젠 너도나도 컴퓨터책을 보거나 인터넷을 화제로 옮긴다고 전했다.
"자식놈에게 컴퓨터 한대 사달라고 하고 싶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허동기(74) 할아버지는 네티즌 할아버지 할머니에겐 보약보다 컴퓨터가 더 큰 효도선물이라고 살짝 귀띔하기도 했다.
컴퓨터 교육이 노인소외문제에 대한 하나의 대안이 될수 있다는 강사 송윤경(26)씨는"아직까지 대구에서 무료로 컴퓨터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곳이 이곳 한군데 밖에 없어 멀리 계시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힘들어 하신다"며 "좀 더 많은 곳에 무료 교육센터가 만들어 졌으면 좋겠다"고 아쉬워 했다.
崔昌熙기자 cch@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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