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과연 전세계적 우려·반대를 무릅쓰고 국가 미사일방어(NMD: National missile Defence) 체제를 구축할 것인가? 세계가 지금 이 문제로 시끄럽다.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은 9일, 클린턴 대통령이 다음달 러시아를 방문해 제2의 핵무기 경쟁이 촉발되지 않도록 잘 설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워싱턴 포스트 신문은 알래스카 알류산 열도 한 섬에 ICBM(대륙간 탄도 미사일) 요격을 위한 'X대역 레이더'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임을 보도했다. 이 레이더는 NMD의 핵심요소중 하나이다.
◇NMD란?= 북한·이란·이라크 같은 '깡패국가'가 대륙간 핵미사일을 미국으로 발사할 경우 이를 공중에서 요격, 격추시킴으로써 인명·재산 피해를 미연에 막자는 미사일 방어 체제이다. 140cm 길이의 55kg 짜리 요격 미사일이 225km 상공에서 적의 미사일을 무력화 시킨다는 것.
이를 위해 미 국방부는 256억 달러(약 28조1천600억원)를 들여 100기의 요격미사일 시스템을 갖추자고 제안해 놓고 있고, 공화당 등 강경파는 더 많은 600억 달러(약 66조원)를 투입해 250기를 배치하자는 쪽이다.
요격 실험도 이미 진행 중이다. 지난해 10월 있은 첫 실험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올 1월의 두번째 실험은 열 감지기관 고장으로 실패했지만, 다음달엔 세번째 실험이 예정돼 있다.
◇미국 내 논란= 백악관 뿐만 아니라 미 의회 내 다수파가 NMD를 적극 찬성하고 있다는 점이 과거 스타워즈 계획과 다른 점이다. 일부 공화당 상원의원은 걸림돌인 ABM(탄도탄 요격미사일 협정, 1972년 체결)을 무효화하고 START(핵무기 감축협정)까지 완전 중단시키는 일이 있더라도 NMD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그러나 군사 전문가들은 일방적 NMD 추진이 엄청난 정치적·안보적 비용을 초래하면서도 실효성은 적다고 반대하는 입장에 있다. '깡패국가'들은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NMD 회피 가능 기술을 개발하리라는 것이 반대의 근거. 게다가 NMD가 미·러·중 등의 군비경쟁을 촉발시킬 수도 있는 상황이다.
레이건 행정부 시절 추진하다 무산됐던 '스타워즈(인공위성에서 레이저로 ICBM 요격)' 계획은 구 소련의 붕괴를 촉진, 냉전의 틀을 깨트리는 역할을 한 반면, 새로운 NMD 계획은 신냉전을 초래할 것이라는게 비판론자들의 주장이다. NMD 추진 여부에 대한 최종결정은 올해 말 이뤄진다.
◇세계의 시각=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미국이 NMD를 추진하면 러시아는 모든 무기감축 협상을 폐기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의 비난 강도 역시 러시아 못잖다. 제3세계, 유럽연합(EU), 캐나다 등 미국의 전통적 우방들까지 모두 NMD를 반대하고 있다.
하비에르 솔라나 EU 외교군사 대표는 "미국이 러시아·유럽 등 지도자들과의 합의나 토의 없이 NMD를 결정할 경우, NATO 동맹국 내에까지 긴장을 조성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石珉기자 sukmi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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