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무성의하다" "기본기 훈련이 안 돼 있다" "반성해야 한다"8일 제17회 대구연극제 시상식에서 박상근(연극협회 이사) 심사위원장은 혹독한 심사평을 내뱉었다. 심지어 "유쾌하지 못하다" "뽑아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뽑는다"는 극언(?)도 서슴지 않았다.
썰렁한 객석, 엉성한 무대, 도식적인 연출….
이제 대구연극제의 틀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 대구연극제는 두 차례(1회와 12회)를 제외하곤 17회까지 줄곧 경연제로 열리고 있다. 경연제는 참가팀들이 경합을 벌여 대상작을 선정하고, 그 작품이 전국연극제에 참가하는 형식.
경쟁심을 유발해 연기자들이 열성적으로 연기하는 등 나름대로 장점을 갖고 있다. 그러나 수상에 연연해 독창성을 기대하기 어렵고, 작품수준이 고르지 않는 등 부작용이 생기고 있다. 특히 관객을 도외시하다 보니 '행사를 위한 행사''연극인들만의 잔치'로 전락한지는 오래다.
경연제에서 축제 형식으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는 그동안 꾸준히 제기됐었다. 연극인들 사이에서도 "이제는 뭔가 변해야 된다"며 격앙된 분위기. 연극협회의 안일한 태도에 대한 불만도 터져 나오고 있다.
축제 형식은 각 참가 극단이 자유롭게 작품을 무대화하고, 전국연극제에는 연기자들을 '헤쳐 모여'시켜 공동작업하는 방식이다. 관객의 입맛에 맞는 작품들을 선보일 수 있어 시민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연극제라는 이점이 있다.
작품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전국연극제 수상가능성도 높아진다. 지난 95년 대구 연기자들의 공동 작품 '뜨거운 강'이 전국연극제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한 것이 좋은 예. 대구의 얇은 연기층을 감안하면 '전력 분산'을 막을 수 있는 좋은 대안이다.
그러나 축제 형식은 자칫 소모적인 행사로 전락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어떤 축제든 경쟁이 없으면 생명력도 없어진다. 축제의 대명사인 브라질의 리오 축제도 치열한 경쟁이 바탕이 됐다.
극작가 최현묵씨는 대안으로 '노미네이트 형식'을 주장했다. 한해 동안 대구에서 공연된 각 극단의 작품들을 후보로 선정, 합동 정기공연 형태를 통해 대상작을 선정하는 방식이다. 1년 전에 신청하기 때문에 작품의 완성도를 기할 수 있으며 메이컵쇼, 워크샵 등 다양한 행사를 통하면 시민들에게 연극축제의 맛도 줄 수 있다특히 현행처럼 '연극제용(用)' 연극을 다시 제작하는 이중 출혈을 방지할 수 있어 투자비가 절약되는 이점이 있다.
최씨는 "우수작 초청 공연식으로 개최하면 후보작에 선정되는 그 자체가 연극인들에게 영광"이라며 "대구연극의 수준을 높일 수 있으며 과열 경쟁으로 연극인들 사이의 반목까지 해소할 수 있는 연극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
-金重基기자 filmtong@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우리 아기가 태어났어요]신세계병원 덕담
"하루 32톤 사용"…윤 전 대통령 관저 수돗물 논란, 진실은?
'이재명 선거법' 전원합의체, 이례적 속도에…민주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