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 신경쓰이네 민주당 대책 골몰

입력 2000-05-08 15:59:00

'영남 신경쓰이네'민주당 대책 골몰

민주당이 영남지역 민심을 부담스러워하기 시작했다. 대구.경북과 부산.경남 등 영남권은 지난 4.13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싹쓸이하는 바람에 민주당이 당선자를 내지못한 정치적 불모지다.

총선 직후 민주당 내부에서는 수도권과 강원, 충청지역 등에서의 선전에 고무돼 '영남지역은 어쩔 수 없다'는 감정적인 분위기도 감돌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신경이 쓰이는 듯한 눈치다.

지난 주 열린 확대당직자회의에서 황수관 홍보위원장은 "총선 후 경주 등 영남지역을 방문해 보니 민주당이 과거 야당시절보다 더 지역 오피니언 리더들과의 접촉과 교류가 부진한 것 같았다"면서 적극적인 대책마련을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당 관계자들은 뾰쪽한 대책이 없어 난감해 하고 있다. 당장은 당 뿐만 아니라 여권 전체가 6월의 남북정상회담 준비에 몰두하고 있고 현대문제 등으로 경제가 어려워진데다 과외 등 교육문제까지 터져 지역대책까지 챙길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대외적으로 민주당은 당 총재인 김대중 대통령이나 당 지도부는 영남출신 전국구 당선자들을 지역창구로 적극 활용하겠다는 방침을 공언하고 있다. 이만섭 상임고문은 8일 "지역출신 전국구 당선자들이 이번 주중 다시 한 번 모여 지역문제 등을 논의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당선 직후 한 차례 모임을 가진 바 있다. 민주당의 고민은 지역 대표성을 가진 중량급 인사가 없다는 것이다. 전국구 당선자를 내세운 영남권 민심 다독거리기는 한계에 부닥칠 수밖에 없다.

민주당의 다른 카드는 김중권 전 청와대비서실장이다. 김 전실장을 통한 영남지역 민심잡기는 5월중으로 예상되는 봉화.울진 선거구의 재검표 결과가 긍정적으로 나와야만 가능하다. 그는 최근 들어 영입파 의원들과 영남지역 위원장들의 면담이 쇄도하면서 적극 행보로 전환했다. 오는 16일쯤 대구.경북지역을 방문, 원외위원장들로부터 지역현안 등에 대한 의견을 수렴할 생각이다.

이밖에 지역인사 중에서는 권정달 지도위원이 부지런히 당의 공식회의에 참석, 그나마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권 위원은 "총선후유증이나 지역문제는 지금 얘기해도 소용이 없다"면서 "남북정상회담이 끝나야 당이 정신을 차릴 것 같다"고 말했다.

동교동계 실세 중의 한 사람인 한화갑 지도위원이 오는 11일 '부처님 오신날'을 맞아 경북 봉화의 현불사를 방문하는 것도 눈여겨 볼만한 대목이다. 徐明秀기자diderot@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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