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러브 대신 방망이 잡은 삼성 김인철

입력 2000-05-08 00:00:00

투수에서 타자로 변신한 늦깎이 타자 김인철(29)이 일을 저질렀다. 7일 광주에서 열린 해태와의 경기에서 김인철은 2회 생애 첫 홈런인 3점짜리 좌중월 결승아치를 터뜨리며 6타수 3안타 3타점의 수훈을 세웠다.

김인철은 29살의 나이에 투수글러브를 벗고 방망이를 잡았기에 그의 활약은 더 극적이다. 포철공고를 졸업하고 지난 90년 삼성에 입단한 김인철은 8년간 통산 15승 22패의 초라한 성적만을 올려 야구판에서 영원히 잊혀질 뻔했던 선수. 지난 겨울 구단은 그를 정리대상자 명단에 올렸다. 9년간 눈물젖은 빵을 씹던 그에게 지난 해 반전의 기회가 왔다. 타자가 부족해 대신 들어선 2군 경기에서 4타수 4안타의 기대치 않았던 활약을 펼쳐 타자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스트레스성 탈모증과 부상으로 고생하면서도 지난 겨울 혹독한 담금질로 거듭났던 그는 지난 30일 1군에 올라 김기태의 부상으로 외야수가 부족하자 출전기회를 얻었다. 김인철은 지난 3일 현대전에서 3루타로 첫 안타를 날린데 이어 우익수로 첫 선발출전한 6일에는 4타수 1안타를 치는 등 5경기에서 14타수 5안타를 기록하면서 코칭스태프의 눈에 들었다.

김인철의 가능성은 일회성이 아니다. 박흥식 삼성타격코치는 "타자의 핵심조건인 스윙스피드가 아주 좋아 기대이상이다"며 "발도 빨라 대타나 대수비요원으로 적격이다"고 평가했다.

김인철은 "때늦게 타자로 변신했지만 야구를 할 수 있다는 게 더 기쁘다"며 "열심히 해서 팬들의 기억에 남는 선수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이춘수기자 zapp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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