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요? 전 변호사 아니어요. 그치들이라면 딱 밥맛이예요. 제가 변호사 사무실에서 일하거든요"
연이은 로맨틱 코미디에서 예쁜 모습만 보던 관객이라면 '에린 브로코비치'의 줄리아 로버츠의 모습은 생소하다. 무릎위 26cm 미니스커트, 10cm 하이힐을 즐겨 신고, 두 번의 이혼경력이 있는 세 아이의 엄마. 늘 목까지 단추를 채우고 노출기피증을 보이던 로버츠가 가슴이 푹 파진 블라우스를 입은 것도 이색적이다.
줄리아 로버츠가 '에린 브로코비치'로 할리우드 최고의 여왕 자리에 등극했다.
가장 많은 개런티('에린 브로코비치'에서 2천만 달러)를 받는 여배우, 할리우드 우먼 파워 1위, 최고의 흥행 메이커. 그녀를 따라다니는 수식어다.
'에린 브로코비치'로 할리우드 통산 8번이나 1억 달러 이상 흥행 수익을 올린 영화의 주인공이 됐다. '내 남자 친구의 결혼식''노팅힐''런어웨이 브라이드'에 이어 연타석 홈런을 치며 화려한 전성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창녀에서 법대생, 간호원, 요정, 혁명가의 애인, 기자 등 다양한 캐릭터에 출연했지만 그녀를 연기파 배우로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러나 '에린 브로코비치'에서 로버츠는 천박하면서도 당차고, 또 정이 깊은 여성의 캐릭터를 온 몸으로 열연, 미국 뉴스위크지로부터 "그녀가 닦아온 연기 재능을 이 영화 안에서 전부 보여준다"는 극찬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줄리아 로버츠 하면 커다란 입밖에 보이지 않았을 때가 있었다. 맹한 눈빛, 말라깽이 몸매, 어떻게 보면 천박해 보일 정도로 소박한 것이 확실히 할리우드 여배우군(群)에서는 돌출적인 인물이었다.
'귀여운 여인' 이후 관객의 반응이 시들자 '후크'를 찍고는 한 2년 할리우드를 떠나 있기도 했다.
그녀의 인기는 다정다감한, 귀여운 여인의 캐릭터로 '만인의 연인'이 된 데서 찾을 수 있다. 특히 최근 로맨틱 코미디에서 진가를 발휘했다. 그러나 뛰어난 연기력이 바탕이 됐기에 가능한 것이다. 스릴러 '펠리칸 브리프'에서 자동차 폭발 현장에서 애인의 폭사를 지켜본 여대생 연기는 경악할 정도.
'에린 브로코비치'는 파산 지경의 여자 에린 브로코비치(줄리아 로버츠)가 미국 역사상 전무후무한 금액인 3억3천300만 달러의 손해배상소송을 승리로 이끈다는 행복한 이야기.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 테이프'의 스티븐 소더버그가 연출했다.
'에린 브로코비치'는 줄리아 로버츠의 출연작중 최고의 영화가 될 것이란 찬사와 함께 벌써부터 로버츠가 내년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유력 후보란 말이 나오고 있다그동안 하나의 아카데미 트로피도 받아보지 못한 줄리아 로버츠. 상을 떠나 자신의 연기에 흠뻑 취하게 만드는 매력만으로도 '할리우드 여왕'이라 불릴 만 하다.金重基기자 filmto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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