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3차 준비접촉

입력 2000-05-04 00:00:00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실무절차 합의서 발표가 기대됐던 3일 3차 접촉에서 남북 양측은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회담 전 북측 대표인 김령성 단장이 이날 접촉을 '3길수(吉數)'라며 분위기를 띄우기도 했지만 일부 의제와 절차문제에서 이견을 좁히는 데 실패했다. 그렇다면 이날 회담이 이처럼 난항을 겪은 이유는 뭘까.

3시간10분 동안의 회담이었지만 전 과정이 비공개로 진행된 바람에 뚜렷한 이유가 알려지지는 않고 있다. 단지 양측 모두 "표현상의 문제일 뿐"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의제문제의 경우에는 표현 기술상의 차이가 본질문제와 직결될 가능성도 있다. 남측 대표단이 포괄적 형식으로 의제를 정리하기로 물러섰지만 북측의 '7·4남북공동성명에서 천명된 조국통일 3대 원칙'과 남측의 민족의 화해와 단합, 교류와 협력, 평화와 통일 실현입장에 대한 해석상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북측 김 단장이 회담 후 "의제문제를 더 협의하기로 했다"고 밝힌 부분에서도 이같은 분위기를 충분히 감지할 수 있다.

또 실무절차 합의에서도 난제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우선 남북정상회담을 생중계하는 방식에서 북측이 난색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성 생방송 TV장비인 SNG 활용 등에 대한 북측의 준비에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 관련해 북측은 이날 한때 선(先) 경호·통신 등 실무회담, 후(後) 실무합의서 체결방안까지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4차 접촉 이후 빠른 시일내 경호와 통신 등 분야별 실무회담을 갖기로 했지만 통신문제는 양측 모두 간단하게 넘길 형편이 아니라는 분석이다.

때문에 오는 8일 열리는 4차 접촉에서 양측이 이들 난제에 어느정도 의견접근을 보이느냐가 문제다. 양측이 이날 접촉에서 이미 의제와 통신문제 등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실무절차에 합의를 봤기 때문에 이들 조항에 대한 조율만 순조롭게 이뤄질 경우 합의서 발표에는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우리 측 양영식 수석대표는 이날 접촉 후 "4차 접촉이 합의서 산출의 고비가 될 것"이라고 말해 합의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李相坤기자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