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외 전면허용 아! 학교…(4)교육 기본 틀 재정립

입력 2000-05-02 15:37:00

"과외요? 서울대가 문을 닫으면 저절로 가라앉습니다"한 고3 교사는 과외 허용에 대한 대책을 묻자 대뜸 '서울대 망국론'을 들고 나왔다. "수십만명의 수험생, 아니 전국 모든 초등학생부터 고교생까지 학부모들의 목표가 서울대 입학에 걸려 있잖아요. 대학이 서열화되고 이를 바라보는 사회가 마찬가지인데 어떻게 올바른 인간교육을 기대할 수 있겠어요"

지난 입시때 한 진학 지도교사의 이야기. "점수가 합격선이고 특별히 지망 대학이 없으면 무조건 서울대를 권합니다. 세계 대학 경쟁력 100위 안에도 못 드는 대학이지만 우리나라에서야 어느 학과를 나오든 먹고 살 길은 있으니까요"

이들의 지적은 대다수 고교 교사들에게 공감을 얻는 부분이다. 초등학교 때야 창의력 교육만 되도 시비 거는 학부모 없고, 중학교에서는 인문계 고교만 입학할 수 있으면 참는다. 그러나 인문계 고교에 입학하는 순간, 길은 오로지 입시로만 연결되는 게 우리 교육이다. 실업계 고교에도 대학진학반에 학생들이 몰리는 것도 꼭같은 현상이다

입시제도를 아무리 바꿔봐야 서울대부터 서열화된 대학과 학과에 수험생들을 줄세우기는 마찬가지다. 2002학년도 입시가 획기적으로 달라졌다고 해도 몇 개로 갈랐다는 것 뿐이지 줄을 세우는 것은 다름이 없다. 결국 조금이라도 자녀를 앞줄에 세우기 위한 학부모들의 염원은 과외로, 학원수강으로, 갓바위 기도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 결과 과외 허용 대책으로 공교육 정상화가 한목소리로 주장되지만 한 켠에서 수능시험 폐지나 대학의 학생 선발권 완전 자율화 등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고교 졸업자격 시험이나 대학의 유급·탈락 제도 도입으로 사교육에 기댈 수밖에 없는 입시제도의 한계를 이겨내자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중요한 전제조건이 있다. 교육부와 정부, 나아가 정치권이 더이상 대학입시나 대학운영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두뇌한국(BK21) 사업에서 대표적으로 드러났듯 서울대를 비롯한 특정 대학에 국가 지원이 몰리는 빗나간 대학정책은 국민들에게 "역시 서울대"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밖에 없다.

한 고교 교장은 "입시과열을 방지한답시고 제도를 뜯어고치고, 보충수업을 금지하고, 모의고사 횟수를 제한하는 따위의 처방으로는 병의 근원을 고칠 수 없음을 교육부도 깨달아야 한다"고 질책했다. 또 무너져가는 공교육을 바로 세우고 학교를 살리는 길은 결국 '교육의 기본틀'을 어떻게 잡을 것인가에 달려있다고 지적했다.몇몇 교사들은 이번 헌재의 과외 허용 결정 이후 파장을 기대에 찬 눈으로 바라본다고 했다. 지난 수십년간 공교육과 사교육이 벌여온 지루한 싸움이 대단원에 이르렀다는 표현도 나왔다. "학생과 교사 등 교육주체와 학부모, 시민사회단체가 앞장서고 정부와 정치권이 지원한다면 과외 태풍을 이기고 학교가 바로 서는데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가질 수 있지 않을까요"

金在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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