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년 한나라당 총재 경선에서 '토니 블레어론(論)'을 업고 '강-강 라인'을 형성했던 강재섭, 강삼재 의원이 이번 5·31 전당대회를 앞두고는 서로 다른 길을 택했다. 강재섭 의원은 이회창 대세론에 순응하면서 부총재 경선에 나서기로 했고 강삼재 의원은 여전히 반 이회창 노선을 견지한 채 총재직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로써 한 때 한나라당내 일각에서 제기됐던 강-강 라인의 재현은 불발에 그치게 됐다.
지난 4·13 총선 운동 기간 중 2년전 강재섭 의원의 총재직 도전 선언에 '조연'을 마다않았던 강삼재 의원이 총재경선 출마를 선언하자 '강-강 라인'의 역할 교체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강삼재, 강재섭 두 사람의 러닝메이트 구성도 예상됐다.
그러나 강재섭 의원은 총선이 한나라당의 영남 싹쓸이와 당내의 세력분포가 이회창파의 득세와 반이(反李)파의 추방과 몰락으로 끝이 나자 몸을 한껏 낮추었다. 영남표의 대부분이 "이회창이 좋아서가 아니라 김대중이 미워서"라는 분석을 달며 당의 얼굴 교체만이 정권 수복의 열쇠라는 강삼재 의원에게 무게를 더하지 않았다.
강재섭 의원은 대신 총재직 도전에 나서봤자 이 총재 지지파들로부터 '왕따'를 당한 98년 경선의 재판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 총재직에 대한 꿈을 접었다. 총재 경선에서 강삼재 의원 지지 입장도 아니라는 점을 밝혔다. 더욱 공고해진 이 총재 지지파들의 지지를 끌어내기 위해서였다.
대세가 이미 이 총재 쪽에 기울어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었다. 대신 강재섭 의원은 지난 28일 신임 대구시지부장을 뽑는 자리에서 이 총재 지지파 일색인 대구지역 지구당 위원장들에게 부총재직 도전을 선언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강 의원은 이 총재 초청 만찬장에서도 이 총재 중심의 정권교체를 역설했다.
그는 부총재 경선 도전 선언문에서 "당의 중심에 서서 차기 정권을 창출하는 목표에 매진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를 들어 '이회창 대세론'을 거스르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이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강 의원이 반 이회창 내지 비 이회창 노선에서탈피, 약화된 당내 발언권을 강화하고 이 총재의 우산 아래서 2인자 자리를 차지함으로써 차기가 아닌 차차기로 과녁을 변경한 것이라는 해석을 달고 있다.
한 때 한 배를 타는 듯했던 강-강 라인의 두 사람이 보이는 상이한 활로모색이 어떤 식으로 결실을 맺을 지도 한달 앞으로 다가온 한나라당 전당대회의 흥미로운 관전 요소다.
李東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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