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7년 이맘때쯤, 뉴욕과 한국을 오가며 작품활동을 하는 작가 이강자(54)씨가 두번째 가족전을 준비하고 있을 무렵, 어머니 이말렬(80)여사는 "나는 왜 안 끼워주니?"라며 그간 혼자 틈틈이 그려온 작품 40여점을 내놓았다. 크레파스로 그린 비슬산 풍경 등 작품은 전체적 구도와 기법이 꽤 괜찮아 보였다. 눈이 휘둥그레진 이씨와 나머지 가족들은 작품이 좋다며 저마다 몇 점씩 챙겨갔다. 어머니 이여사가 미술적 재능을 부여받은 가족들로부터 '작가'로 공인받는 순간이었다.
'이강자 가족전'이 5월2일부터 14일까지 대구문예회관 일반1전시실(053-606-6200)에서 열린다. 네번째로 열리는 이번 가족전에는 이씨의 아버지인 원로서예가 이기인(81)씨를 비롯, 3년전 뒤늦게 데뷔(?)한 어머니, 올해 초 61세의 나이로 별세한 작은 아버지 이기완, 큰 오빠 이강식(61), 여동생 이소정(48),이지윤(44), 그리고 이씨와 두 자녀인 김형섭(27), 김혜나(21)씨까지 9명이 서예, 회화, 설치작품, 만화 등 다양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이들중 전업작가인 이강자씨는 생명의 윤리, 과거와 현재, 생성과 소멸, 자연과 자아의 과정들을 단순화하면서도 복합적으로 표현한 설치작품들을 선보이고 아버지 이씨는 서예 초서작품을, 여동생 이지윤씨는 정월대보름 제사에 착안해 종이를 둘둘 말아 태운뒤 색을 입힌 작품들을 전시한다.
다른 가족들도 화공학, 법학, 경제학, 영화·연기 등을 전공했으나 피는 못 속이는지 미술적 재능이 배어있는 작품들을 선보인다.
이강자씨는 8남매 중 셋째로 이번 가족 전시회에는 큰 오빠와 여동생 등 4남매만 참여했으나 대구지역 현대미술 운동의 주도적 역할을 한 둘째 이강소씨를 비롯, 개인 일정으로 바빠 참여하지 못한 다른 형제들도 작가로, 화랑기획자로 국내외에서 활발히 활동중이다.
30여명의 조카들을 포함, 가족들이 모이면 그림을 그리거나 미술 이야기로 꽃을 피우는 이강자씨의 가족전은 이채로운 전시회로 눈길을 끌 것 같다. -金知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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