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황석영씨가 '무기의 그늘' 이후 13년만에 장편소설 '오래된 정원'을 창작과 비평사에서 출간했다.
1989년 방북사건으로 세인의 주목을 받았던 그는 독일 미국 등지에서 체류하다 93년 귀국, 7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 98년 3월 석방되는 등 작가로서나 한 개인으로서 순탄치 않은 세월을 보냈다. 다시 작가의 자리로 되돌아와 발표한 첫 작품으로 이국에서의 정처없는 방랑과 옥중생활의 체험이 녹아 있다.
'오래된 정원'은 80년대 이후 격동기의 한국사회와 사회주의권의 붕괴를 근간으로 하는 세계사적 변화를 배경으로 젊은 두 남녀의 파란많은 삶과 사랑을 그린 소설이다. 기본 서사구조를 바탕으로 회상과 편지글, 비망록과 기록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식으로 두 주인공 오현우와 한윤희의 삶을 교차시켜 서술해나간다.
70년대말 군부독재에 반대해 지하조직 활동을 한 오현우는 광주항쟁 이후 수배자가 되어 기약없는 도피생활을 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의 은거를 도와준 시골학교 미술교사 윤희와 사랑에 빠진다. 한적한 시골 갈뫼의 외딴 마을에서 3개월여 둘만의 따뜻하고 오붓한 시간을 갖지만, 현우는 다시 투쟁의 길에 나섰다 당국에 검거돼 무기형을 선고받는다. 장기수의 이름으로 보낸 18년이라는 오랜 세월은 많은 것을 바꿔 놓았다. 출옥후 전해진 윤희의 편지는 그녀가 현우와의 사랑의 결실인 딸을 남기고 불치의 병에 걸려 이미 세상을 떠났음을 알려준다.
오래된 정원은 두 사람이 달콤한 시간을 보낸 갈뫼의 시골집을 가리키지만 한편으로 유토피아를 꿈꾸는 혁명가들의 이상향인 동시에 남성 위주의 물량적 혁명주의 대신 모성의 따뜻한 인간애가 넘치는 새로운 가치가 발현되는 모태이기도 하다. 현우에게 남긴 편지에서 그녀는 이렇게 묻는다. "당신은 우리의 오래된 정원을 찾았나요?"라고.
이 소설은 80년대 이후 한국사회의 변혁을 꿈꾸고 투쟁해왔던 이들의 삶과 사랑을 진지게 다루면서도 황석영 특유의 세련되고 힘있는 문장이 뿜어내는 재미를 갖추고 있다. 진중하고도 묵직한 주제를 깔면서도 세월을 뛰어넘는 두 남녀의 애절하고 순수한 사랑이 잘 그려진 작품이다. -徐琮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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