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노의 잔다르크 자처 애너벨 청

입력 2000-04-27 14:00:00

'한 여자가 10시간만에 251명과 섹스를 나눈다'이 무슨 엽기적인 일이란 말인가. '포르노의 잔다르크' 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애너벨 청(본명 그레이스 쿠엑,29). 그녀는 마치 인간 한계에 도전하듯 기이한

마라톤 섹스 이벤트를 벌였다.

'섹스:애너벨 청 스토리'(29일 개봉 예정)는 사상 초유의 '갱뱅'(gang bang:한 여자와 여러명의 남자가 돌아가며 섹스를 벌이는 것) 퍼포먼스를 펼친 그녀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다.

언뜻 쇼킹한 포르노물이 연상된다. 앳된 애너벨 청이 마라톤 섹스를 펼친 후 진한 화장에 가발을 쓴 모습으로 변하는 것은 '엠마뉴엘'의 실비아 크리스털과 닮아 보인다.

그러나 이 영화는 야한 에로물이 아니다. 1명의 남성과 줄지어 자기 차례를 기다리는 250명의 남성들을 보는 것은 그리 유쾌한 느낌이 아니다. 오히려 여성이 남성들에게 내민 성도전장 같은 영화다. 지난 21일 영화 홍보차 내한한 그녀는 "사회가 여성에게 요구하는 이중적인 잣대에 반항하고 싶어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했다.

'갱뱅' 이후 그녀가 어떻게 변했는지, 왜 이런 이벤트를 마련했는지, 그리고 어머니를 비롯, 친구와 친척들의 증언까지 담았다.

그녀는 섹스업계의 '잔다르크'를 자처하고 있는 인물이다. 포르노물 종사자를 위해 PAW라는 정치단체도 만들었고, 그들을 위한 노조 결성까지 구상하고 있다. 남성용 에로물만 범람하는 현실에 맞서 여성을 위한 에로물을 만들기 위해 별도의 프로덕션까지 차렸다.

무엇보다 런던 옥스퍼드 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했고, 미국 남가주대(USC) 인류학과를 졸업한 엘리트란 점이 포르노배우로는 이색적이다.

72년 싱가포르에서 교사부부의 딸로 태어나 수녀원이 운영하는 미션스쿨을 다녔다. 어린 시절 엄격한 교육을 받아 포르노배우의 길과는 거리가 멀다. 법관의 꿈을 가진 소녀. 그러나 영국 옥스퍼드 대학 시절의 경험 이후 그녀의 삶은 180도 바뀌게 됐다. 런던 지하철 정거장에서 6명의 남자들에게 윤간을 당한 후 미국에서도 수많은 남학생들과 성관계를 갖다 남성중심적인 교수들의 사고에 반발, 포르노 배우의 길로 접어들었다.

그녀는 "성, 섹스는 우주적인 진리이고 매우 인간적인 욕망"이라며 "이 영화의 한국 개봉은 성에 대한 논의와 토론을 촉발시킬 것이란 점에서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싱가포르에서는 상영이 무산됐다.

'섹스:애너벨 청 스토리'는 지난해 칸국제영화제와 선댄스국제영화제에 출품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金重基기자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