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청와대 수석의 지역차별 발언

입력 2000-04-27 00:00:00

대통령정책기획수석이 지역감정문제에 대해 언급하면서 '소수의 단결은 정의이고 다수의 단결은 불의'이라고 결론 내렸다. 이는 정말로 지역감정 해소를 위해 우려할 만한 일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의 논리는 이렇다. 5·16군사정권이후 40년 가까이 지배해온 집단에 의해 차별당하고 억압당해왔던 마이너리티(소수)가 단결해 지역 싹쓸이를 하는 것을 지배집단의 단결과 똑같이 본다면 이거야말로 역사인식이 잘못된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그의 논리는 여러가지 면에서 모순을 안고 있으며 그의 결론은 공인으로서는 하지 말아야 할 편파성을 갖고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어떻게 공인이 호남의 단결은 정의이고 영남의 단결은 불의라고 공개적으로 한쪽편을 드는 판정을 내릴 수 있는가. 호남의 단결을 차별과 억압에 대한 거부로 정당화 한다면 영남의 단결은 국민의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로 정당화 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영남인들은 옳든 그르든 간에 호남의 싹쓸이와 영남의 싹쓸이는 횟수(回數)와 심도(深度)에서 차이가 있으므로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인식도 갖고 있다. 또한 민심은 천심이라고 했다. 1300만명이 처음으로 내린 결론은 천심인 것이다. 싹쓸이 횟수를 거듭한다면 그때 가서 패권적 지역주의라고 비판해도 좋을 것이다. 공인이라면 적어도 양쪽을 아우르는 논리를 개발했어야 했다고 본다.

그리고 차별당하고 억압받은 소수의 단결은 정의라는 주장도 문제가 있다. 적어도 호남출신 대통령이 들어서기 전이라면 몰라도 지금은 아닌 것이다. 적어도 억압받고 차별받는 소수는 아니다. 그리고 우리 정치문화 현실에서 집권당이라면 소수라도 다수의 행세를 하는 것이 사실 아닌가. 그렇다면 이제 그 고리를 호남에서 풀었어야 했다. 그런데 전혀 그렇지 못했지 않은가. 이제 호남의 지역주의도 저항적 지역주의에서 패권적 지역주의로 바뀌었다 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김수석은 자신의 발언에 대한 해명을 하면서 '흑인과 백인, 노동자와 기업주, 여성과 남성의 단결은 다르다'는 주장을 폈다. 차별당하고 권리를 빼앗긴 노동자의 단결은 법으로 보호하고 차별하고 지배한 기업주의 단결은 법으로 제한한다는 것이다. 영남은 영원한 지배집단이 아님이 이미 증명되어 있지 않은가. 이 역시 지역감정을 부채질하는 부적절한 해명이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지역감정처럼 예민한 문제를 한쪽의논리만으로 한쪽 편을 드는 일은 공인으로서는 부적절 했다고 본다. 김수석의 사과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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