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영수회담 합의대로만 해도…

입력 2000-04-25 15:32:00

김대중 대통령과 이회창 한나라당총재와 가진 영수회담은 우선 국민이 대화를 하라고 표시한 4.13총선의 정신에 맞는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리고 그 내용도 국내정치에 있어서는 대통합정치와 상생(相生)의 정치로, 대북관계에 있어서는 상호주의로 나가기로 했다는 점에서도 바람직하다 하겠다.

그동안 우리정치에서 드러난 가장 큰 문제점은 정치의 실종이었다. 그런점에서 정치의 복원은 상당한 의미를 가진다. 이는 합의문에서 나타나듯이 여.야는 국민대통합의 정치를 펼쳐나가기로 했으며 이러한 정치를 위한 분위기 조성으로 여당은 인위적인 정계개편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합의문에 남기는 성의를 보였다. 물론 선거사범 재판이나 병역 사범처리의 결과에 따라서는 인위적이라는 단어의 해석만 달리하면 얼마든지 정계개편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지금의 국민적 분위기로는 총선을 통해 나타난 국민의 뜻을 거스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남북정상회담이라는 민족적 과제가 놓여 있는 만큼 정쟁의 소지가 큰 정계개편은 그것이 인위적이든 자연적이든 간에 하지않을 것으로 본다.

그리고 남북문제에 있어서는 상호주의를 지키기로 했다는 점에서 일단은 국민에게 안심을 주었다고 본다. 사실 총선 3일전에 남북정상회담 발표가 있자 상당수 국민들은 무언가 이면합의 같은 것이 있지 않았나 하는 의구심과 또 회담에서 얼마를 양보할 지 모른다는 우려를 갖고 있은 것은 사실이다. 따라서 국회의 동의 과정과 상호주의를 지킨다는 원칙의 설정은 이러한 국민적 우려를 씻어준다는 점에서 일리 있는 합의라고 하겠다.

그러나 여기서 한가지 유의해야 하는 것은 대통합이고 상생의 정치라고 해서 여당의 정치행위나 정책에 무조건 동조하는 소위 야합의 정치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민주주의 원칙인 대화와 타협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정치 선진국인 영국처럼 대화와 타협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정치의 선진화를 이루어야 할 것이다. 과거처럼 보스의 지시에 충실하기만 하는, 그래서 토론부재의 국회가 되는 어리석음을 더이상 되풀이 해서는 안될 것이다. 또한 상호주의도 '국회의 동의를 요하는 국민의 부담'이라는 용어도 애매성으로 인해 여야의 마찰을 빚을 수도 있는 소지를 안고 있다. 실제 대규모 대북경협 사업인 경수로 지원도 국회 동의 없이 진행되고 있다. 그렇다고 너무 상호주의로 나가 남북교류의 맥을 끊는 각박함은 없어야 할 것이다. 인도주의 정신을 살려야 하기 때문이다.

어떻든 4.13총선이 주는 국민의 메시지만은 살려야 한다. 98년과 99년에 있은 영수회담처럼 합의서의 잉크도 마르기전에 정쟁을 시작하는 쇼가 되어서는 안된다. 이제 정치도 정신을 차릴 때가 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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