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부총재 경선 신경전

입력 2000-04-24 00:00:00

전당대회를 앞둔 한나라당에서 부총재 경선 문제를 놓고 이회창(李會昌) 총재측과 비주류측간 신경전이 가열되고 있다.

신경전은 지난 2월 16대 총선 공천파문을 겪으면서 이 총재가 기자회견을 통해 부총재 경선을 약속한 것을 총선이후 총재 측근들이 나서 여러 이유를 들며 '부총재경선 불가론'을 내세우면서 표면화됐다.

현재 한나라당 당헌 28조에 부총재는 총재가 지명, 전당대회에서 동의를 받아 임명토록 규정돼 있다.

5월말께 전당대회를 치르겠다는 계획을 잡고 있는 총재 측근들은 6월초 원구성을 앞두고 부총재를 경선할 경우 당내 갈등만 부추겨 국회의장단 선출 등 원구성에서 오히려 해악만 끼칠 수 있다는 게 경선 불가의 논거다.

부총재를 경선할 경우 부총재들의 위상이 높아져 총재의 권한이 약화될 수 있으며 계보정치의 부활을 가져올 수 있다는 판단도 반대의 이유다.

이 총재도 지난 21일 대전지역 기자간담회에서 부총재 경선 여부에 대해 "당내 여러 의견을 들어 결정하겠다"고 말해 경선을 실시하지 않을 수도 있음을 내비치자 비주류측이 발끈하고 나섰다.

총재 경선에 나설 의사를 분명히 밝힌 강삼재(姜三載) 의원측은 23일 "당초 총재가 부총재 경선을 하겠다고 국민들에게 약속해놓고 이제와서 주변상황에 맞춰 자신에게 이로운 쪽으로 합리화해서야 되느냐"고 반발했다.

강 의원측은 특히 이 총재측의 이같은 의도는 당직이나 국회직을 미끼삼아 세확산에 나서 총재경선에서 승리하고 총재권을 강화하려는 '꼼수'라고 비난했다.

집단지도체제 도입을 주장하며 원구성이후 전당대회 개최를 주장하고 있는 김덕룡(金德龍) 부총재측도 부총재 경선 자체에 대해서는 크게 의미를 두지 않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약속은 지켜야 한다"고 가세했다.

또 일부 총재측근중에서도 부총재 경선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경우 이 총재의 '도덕적 타격'과 함께 총선 논공행상 및 지역배려 차원에서 너도나도 부총재 자리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부총재 경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어서 주류측의 최종 판단이 주목된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