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나의 연구와 관련해 지역 기업에 근무하는 외국인 간부직원을 만나 면담한 적이 있다. 프랑스에서 왔다는 이 외국인에게 한국 기업에 근무하면서 느낀 점을 얘기해 달라고 했다. 그가 가장 특이하게 느낀 것 중의 하나로, 한국인의 계급의식을 들었다. 그에 따르면, 한국 회사는 과거 프랑스의 군대조직과 같다는 것이다. 그 이유로, 회사에서 계급이 중시되고, 사람들이 계급에 따라 구분이 된다는 것이다. 또한, 사람들은 계급으로 호칭되며, 계급에 따라 좌석이 배치된다는 점도 지적하였다. 한국 회사에서는 계급이 일종의 신분 개념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프랑스에서도, 계급이라는 개념이 있지만, 한국에서와 같이 신분적 개념으로 인식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면, 직장 내에서 사람을 부를 때, 이름을 부르지, 과장이나 부장 등의 호칭을 붙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앉는 자리도 직급을 기준으로 하지 않는다고 한다. 따라서, 직장에서 계급의 차이로 인해 벽이 생기지 않고, 인간관계도 상사와 부하, 명령과 복종의 관계가 아니라는 것이다. 사실, 이 외국인의 눈에 비친 한국인의 계급의식은 우리에게 새로운 것이 전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삼 다시 생각하게 하는 것은, 이러한 문제점이 우리 사회발전에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다. 계급개념이 강조되는 사회에서는, 능력보다는 계급이 우선시 된다. 또한 자유스러운 대화와 토론이 불가능하다. 이와 같은 상황은, 특히 공직사회에서 두드러진다. 우리나라의 공직사회에서는, 상사와 부하간에 심층적인 토론과 대화가 이루어지지 못한다. 결국, 이와 같은 여건 하에서는, 계급이 높은 소수의 의견이 지배하게 되고, 조직 구성원 모두의 역량을 결집하는 것은 어렵게 된다. 오늘날과 같은 지식사회에서는 일을 하는데 필요한 지식이나 능력이 우선시 되어야 하지, 지위의 높고, 낮음이 우선시 되어서는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 한국 사회가 새 천년에 도약을 하기 위한 핵심적인 과제 중의 하나이다.
박세정 계명대 교수·행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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