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진들 세확산 본격화

입력 2000-04-20 15:06:00

여야가 전당대회를 통한 새로운 지도체제 정비에 나서면서 차기를 노리고 있는 여야중진들의 보폭이 넓어지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9월로 예상되는 전당대회를 겨냥한 중진들의 세 확산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고 한나라당에서는 이회창 총재 측의 조기 전당대회개최 방침에 비주류 측이 반대하면서 세규합에 나서는 등 주·비주류측 간의 신경전이 표면화되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이번 전당대회가 사실상 후계구도의 전초전이라는 점 때문에 '차기'를 노리는 중진들의 최고위원 경선출마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충청권 선전을 바탕으로 이인제 상임고문이 유리한 고지에 나섰다는 평가를 받고있는 가운데 당내 개혁세력의 대표격인 김근태 의원도 경선출마를 공언하고 나섰다. 또 한화갑·박상천 의원과 김원기 전 고문 등 호남권 대표주자들도 최고위원 경선을 통한 도약을 꿈꾸고 있고 김중권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노무현 전 부총재 등도 각각 TK와 PK 대표성을 내세워 최고위원을 노리고 있다. 이번 총선을 통해 재기에 성공한 정대철 전 의원도 '중부권 주자론'을 들고 나설 채비를 갖추고 있다.

권노갑 상임고문의 역할론도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권 고문의 대통령 정치특보 임명설은 해프닝으로 일단락됐지만 이는 동교동계가 당내 중진들간의 세력조율에 나서기 시작했다는 관측과 맥을 같이하고 있어 주목되고 있다.

전당대회를 둘러싼 갈등은 한나라당에서 보다 첨예하게 노출되고 있다. 김덕룡 부총재는 당선자대회가 열린 19일 기자들과 만나 조기전당대회 반대와 집단지도체제 도입을 주장하면서 이회창 총재에게 반기를 들었다. 이 총재가 이날 오전 열린 총재단·주요 당직자 연석회의에서 밝힌 5월 전당대회 개최 입장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전당대회 개최시기를 둘러싼 주·비주류 갈등은 총선승리의 여세를 몰아 이 총재 재신임 분위기를 몰아가겠다는 이 총재 측의 입장과 이를 차단하고 세 확산을 위한 시간을 벌겠다는 비주류 측의 계산이 맞부딪친 데 따른 것이다.

이날 열린 당선자대회도 이같은 갈등의 자락이 노출됐다. 박근혜 부총재가 불참했고 이어 열린 오찬에서 강창성 부총재가 "원 구성을 앞두고 전당대회를 치를 경우 당내갈등이 표출될 수 있다"며 비주류 측의 주장에 힘을 보탠 것이다.

김 부총재와 강삼재 의원이 총재경선 출마를 공언한 가운데 박관용·박근혜 부총재와 강재섭 의원 등은 경선출마 여부를 저울질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고 홍사덕 전 선대위원장과 서청원 전 선대본부장, 손학규 당선자 등은 부총재 경선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중진들이 총재와 부총재경선을 겨냥한 각개 행보에 나서고있는 가운데 낙선한 양정규 부총재가 이날 저녁 서울시내 한 음식점에 낙선위원장 80여명을 초청, 만찬 모임을 가져 눈길을 끌었다. 당내 일각에서는 비주류 측의 합종연횡 움직임에 대응하기 위한 이 총재 측의 세몰이 전략의 일환이라는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徐明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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