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랑들 신진작가 후원 '몰라'

입력 2000-04-19 14:03:00

불멸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록그룹 비틀즈의 팬들은 비틀즈에 앞서 그들의 매니저였던 브라이언 엡스타인에 감사해야 할 것이다. 리버풀의 무명 그룹에 불과하던 그들을 발굴, 신화적인 밴드로 키워냈기 때문이다.

미술사에도 뛰어난 작가를 발굴하고 키워낸 화랑과 화상(畵商)의 역할이 적지 않다. 미국 추상표현주의와 팝 아트의 세계적 작가인 야스퍼 존스와 윌리엄 드 쿠닝 등은 화상 레오 카르텔리가 키웠고 조엘 사피로와 조나단 보로프스키 등 미니멀 아트 작가들은 폴라 쿠퍼가 후원했다. 조셉 보이스와 오펜하임 등 설치미술 작가들은 존 길슨에 의해 대가로 성장했다.

이렇듯 화상의 역할은 미술 작품을 수집,전시,판매 뿐만 아니라 작가 이상의 미적 안목을 갖추고 미술계의 흐름에 새로운 영향력을 미칠 작가를 발굴하는 것이 요구된다.

대구에서는 맥향, 동원, 송아당화랑, 시공갤러리, 갤러리신라 등 소수의 화랑이 나름대로 작가를 후원해 왔다. 그러나 이들 화랑들도 IMF 이후 더욱 깊어진 미술시장 침체로 인해 후원노력이 크게 약화되고 있다. 외환위기 이전인 97년 당시까지만 해도 발전 가능성이 있는 작가들을 대상으로 약간의 작품활동비 지원, 전시회 개최, 작품 구입 등의 후원이 있었다. 작가들에게 실질적인 큰 도움까지는 아니라도 심리적으로라도 상당한 뒷힘이 됐던 것이 사실. 그러나 경기가 악화된 요즘은 그나마의 지원도 줄어들어 전시회,약간의 작품 매입 등에 그치는 실정이다.맥향화랑의 경우 지난 1984년부터 97년까지 3년 단위로 전속계약을 맺어 전시회 개최, 작품 활동비 지원, 작품 매입 등을 통해 노태웅, 김상구,이목을씨 등 여러 작가를 후원해왔지만 요즘은 전시회 개최, 작품 구입정도로만 범위를 좁혀 지원하고 있다. 동원화랑은 서양화가 김창태씨와 전속계약을 맺어 작품활동비 지원, 전시회 개최,작품구입 등을, 조각가 최철안씨에 대해서는 작품매입을 통해 후원하고 있다. 송아당화랑은 이수동,김영대씨를, 시공갤러리와 갤러리신라는 몇몇 현대미술 작가들을 후원하고 있다. 작가 후원 화랑들은 저마다 "미술시장의 장기 침체와 지역화랑의 영세성 등으로 적극적인 후원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한편 서울 지역에선 현대화랑, 가나화랑 등이 각각 10~20명의 작가들을 후원하며, 미국,유럽, 일본 등의 경우 화랑이 A,B,C 등급으로 자연스레 구분돼 대표작가와 예비작가를 구분해 후원한다. 작가들은 이들 화랑에 속해있다는 사실 자체를 자랑스러워하며, 때로는 작가간 이동이 프로축구의 1,2,3부 리그간 이동처럼 이뤄지기도 한다. 또한 작가들은 화랑들로부터 인정받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움을 추구하고 있다.

맥향화랑 김태수대표는 "새로운 작가를 발굴하고 키우는 것은 화상의 가장 중요한 역할로 화상들이 이에 대한 인식을 넓혀갈 때 미술 발전이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金知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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