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도 환갑잔치를 하는 사람이 없진 않지만 환갑 청춘이란 말도 실감이 난다. 머리 염색을 하고 말끔히 차려 입고 나서면 경로석에 앉기가 민망스럽다. 마음은 물론이고 몸도 청춘이다. 평균 수명이 연장된 것만이 아니다. 젊고 건강한 노인이 많아졌다.
수치상으로는 65세 노인이 7%가 되는 올해를 고비로 우리도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고 있다. 따라서 노인복지 문제는 가정에서 국가에서 큰 사회문제로 부각될 것임은 자명한 일이다. 지금부터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우선 젊고 건강한 노인을 노인 취급말아야 한다. 최근 선진국에선 젊은 고령자(Young old)라고 해서 75세까지는 중년의 연장일뿐 노인이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로 체력에서, 지력에서 전혀 문제가 안된다. 특히 근로 의욕도 왕성한 한국 노인을 뒷자리로 물러 앉게 한다는 건 개인은 물론이고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이다. 물론 순발력, 근력, 폐활량, 심장박력 등은 떨어진다. 그러나 인간의 장기는 최대용량의 20%만 가동하기 때문에 80%의 예비력이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따라서 설령 반으로 떨어진다 해도 예비력이 남아돌기 때문에 일상생활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
지능면에선 교육수준이 높은 경우 전혀 변함이 없고 오히려 지능검사로 측정될수 없는 지혜와 경험 등이 월등하므로 지적 수행은 젊은이가 따라오지 못한다. 실제로 세계적 대가들은 팔순까지도 왕성한 생산활동을 하고 있다. 이들은 결코 예외가 아니다. 누구나 가능하다. 스스로, 혹은 사회가 퇴물 취급만 않는다면.
치매가 걱정이지만 실제로 75세까지는 2% 미만이다. 뇌졸중 등 다 합쳐도 5%정도가 장애일 뿐 나머지 95%는 '젊고 건강하다'. 물론 개인차가 있긴 하지만 이 연령층을 일괄해서 퇴물 취급해선 안된다.
요즈음 선진국에선 현역(現役) 75세론이 등장하고 있다. 미국에선 80세까지를 현역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으며 실제로 정년제를 폐지한지가 오래되었다. 노인이 아니고 생산적인 중년의 연장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불행히 우리 경우 55세 정년이면 아직 20년은 뛸수 있는 멀쩡한 사람을 노인 난민(難民)으로 만들고 있다. 직업도 뺏기고, 취미도 사는 보람도 없이 용돈 몇 푼으로 집에서도 쫓겨 난다. 온종일 공원벤치에서 소일하거나 지하철, 백화점을 배회한다. 특히 남자 노인은 설움 덩어리다.
이 시기엔 정신적 충격이 크다. 늙어간다는 의식, 죽음에의 공포, 상실, 가까운 사람의 죽음, 거기다 은퇴는 가히 결정타가 된다. 실제로 이 연령층은 치매보다 더 많고 무서운게 우울증이다. 자살도 증가한다.
우리 사회는 노화를 촉진시키고 있다. 특히 경제위기 이후 많은 젊은 노인층을 난민으로 만들었다. 이들에게 다시 활력을 불어넣어야 우리 사회가 다시 살아난다. 노인이 많으면 회사가 침체에 빠진다는 걱정을 하지만, 천만에다. 연공서열이 없어져가는 마당에서 자유경쟁은 오히려 자극이 된다. 안정 위에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선 젊은층의 튀는 순발력과 노년의 지혜로운 경륜이 균형을 이룰때 비로소 가능한 것이다.
노인정엔 방 한칸에 화투가 전부다. 약은 사업자라면 "젊고 건강하고 돈 많은 노인"이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눈여겨 봐야 한다. 노인의 질이 변하고 있다.
그러고 보면 한국 사회는 아직 젊다.
이시형.성균관대 의대교수.정신과
댓글 많은 뉴스
"하루 32톤 사용"…윤 전 대통령 관저 수돗물 논란, 진실은?
'이재명 선거법' 전원합의체, 이례적 속도에…민주 "걱정된다"
연휴는 짧고 실망은 길다…5월 2일 임시공휴일 제외 결정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골목상권 살릴 지역 밀착 이커머스 '수익마켓' 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