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증식 폭락.인플레우려 '외우내환'

입력 2000-04-17 00:00:00

17일 주식시장이 미국 증시의 대폭락 영향으로 개장초 90포인트나 하락, 사상 최대 낙폭을 기록하자 투자자들 사이에는 '주식시장이 붕괴되는 것 아니냐'는 공포감이 확산되고 있다.

미국 뉴욕에서 시작된 전세계 증시의 '도미노 폭락'이 국내 주식시장에도 휘몰아치자 투자자들은 주식시장의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앞으로 주식시장의 추이는 무엇보다 세계 증시의 '바로미터' 역할을 하고 있는 미국 증시의 움직임에 달려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 무엇보다 17일(현지시간)의 뉴욕 증시가 어떻게 될지 주목된다. 극도의 불안감 속에서도 반등 시도가 성공적으로 이뤄질지 아니면 고공비행을 했던 첨단기업들에서 돈이 썰물처럼 빠져 나가면서 바닥을 알 수 없는 폭락세가 계속될지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것.

이에 대해 지난 금요일 미국 증시 대폭락이 나스닥 지수가 크게 하락한 상태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바닥권 예측을 불가능하게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투매가 당장 끝나지는 않을 것이란 등 향후 장세를 극히 부정적으로 전망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단기급락에도 불구하고 기술주의 가치가 아직도 과대평가된 것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도 불안요소다.

국내 주식시장은 미국 증시 폭락에다 수급 불안, 2차 금융구조조정 등으로 말 그대로 '외우내환'에 몰려 있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로 긴축정책 선회 가능성이 흘러 나오고 있고 지난해와 올해 유무상증자 물량 부담과 금융구조조정으로 인한 불안감으로 기관투자가들이 몸을 사리고 있다.

이처럼 기관들이 매수주체로 나서지 못하는 상황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지수관련주의 비중을 축소, 추가매도할 경우 하락의 골이 깊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이렇게 될 경우 단기급락에 따른 반등시도는 있을 수 있으나 추세를 바꾸기는 힘들 것이란 전망이다.

코스닥 시장 역시 3월 중순부터 매주 1천억∼2천억원 규모로 매도물량을 쏟아내며 장세악화를 주도했던 투신권 결산매물이 지난주 600억원대로 줄어들어 진정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외국인이 이를 받쳐주지 않아 수급개선이 되지 않는 실정. 개인 역시 올들어 주당 순매수 규모를 2천억원대에서 1천억원으로 줄여 시장 전망이 매우 불투명하다.

반면 약세장이 지속될 것으로 보면서도 조만간 반등시도가 있을 것이란 전망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삼성증권 김진석 대구중앙지점장은 "17일 주식시장은 미국 증시에 너무 과민반응한 측면이 강하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낙폭이 주는 것으로 볼 때 반등시도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17일 오전 외국인 및 기관들은 저점 매수에 나섰다.

증시전문가들은 중기적 관점으로 볼 때 추세는 하락세로 꺾인 것으로 봐야 한다며 장중 등락을 틈타 손절매를 해서라도 현금보유 비중을 높이는 것이 유효한 투자방법이라고 말하고 있다.

李大現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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