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입력 2000-04-15 14:01:00

---매그놀리아한 젊은이가 자살하려고 10층에서 뛰어내린다. 7층에선 부부싸움이 벌어지고 있었고, 아내가 발사한 총알이 떨어지던 젊은이를 관통한다. 공교롭게도 젊은이는 이 부부의 아들. 더 기막힌 것은 늘 비어있던 총에 실탄을 넣은 것은 부모의 싸움에 넌더리 난 아들이란 것. 누구의 잘못도 아닌 우연의 일치로 세 사람의 인생은 완전히 바뀌어 버린다.

목련을 뜻하는 '매그놀리아'(Magnolia·99년작)는 우연치고는 기가 막히게도 비극적인 상황을 보여주면서 시작된다.

우연은 필연의 쌍생아인가. 신예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은 우연의 비극을 희망이란 필연으로 묶어낸다. 흩날리던 꽃잎들을 하나로 모아 목련으로 피워내는 솜씨가 29살이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을 정도다.

이야기는 11명의 캐릭터가 하루 동안 벌이는 이야기를 두 축의 바퀴에 걸었다. 한 축은 암으로 죽어 가는 방송 재벌 얼 패트리지(제이슨 로바즈) 부자의 축이고, 다른 하나는 30년째 퀴즈쇼를 진행하는 명사회자 지미(필립 베이커 홀) 부녀의 것이다.

암 말기 환자인 얼은 간병인 필(필립 세무어 호프먼)에게 오래 전 헤어진 아들(톰 크루즈)를 찾아달라고 부탁한다. 아들은 '여자정복법' 강사로 섹스의 전도사가 돼 있다.

얼의 프로덕션에서 일하고 있는 지미 역시 암 판정을 받았는데, 그에겐 자신에게 성폭행당한 이후 마약과 매춘에 빠진 딸 클라우디아(멜로라 월터스)가 있다. 지미는 용서를 구하고 화해를 청해 보지만 거절당한다.

이 축에는 또 다른 인간 축들이 걸려 있다. 돈을 보고 얼과 결혼한 린다(줄리안 무어)는 남편이 죽어가자 그제야 사랑을 느끼고, 경찰 짐은 부서질 듯 여린 클라우디아에게 묘한 연정을 느낀다. 지미가 진행하는 어린이 퀴즈쇼의 퀴즈왕 스탠리(제레미 블랙먼)는 아버지의 승부욕에 희생되고 있고, 같은 프로의 퀴즈왕 출신 도니(윌리엄 H. 메이시)는 사람들의 빈축이나 사는 무력한 실업자가 돼 있다.

'매그놀리아'는 '리노의 도박사''부기나이트'로 세계를 놀라게 한 폴 토마스 앤더슨의 세 번째 작품이다. 전작들에서처럼 미국의 부정적인 이미지들을 스크린에 옮기는 주제의식은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다.다만 다르다면 '스모크'의 웨인 왕 감독처럼 이들에 대한 시선이 따뜻하기 그지없고, 결국에는 희망과 사랑으로 귀결시킨다는 점이다. 상처 입은 인간들을 다독거리며 서로의 상처를 핥아주는 인생의 통찰력이 놀랍다.

특히 마지막 '개구리 우박'(갑자기 하늘에서 개구리가 우박처럼 쏟아진다)은 천기(天氣) 마저 우화로 풀어버린다. 하늘의 단죄일까, 용서일까. 하늘이 노해도 보통 노한 것이 아닌 기이한 일이지만 앤더슨은 인생은 '별 희한한 일도 다 있다'며 인생을 관조하는 에이미 만의 노래로 영화를 끝내버린다.

베를린 영화제 그랑프리인 황금곰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톰 크루즈의 연기도 돋보이지만 '앤더슨 사단'이라고 불리는 등장인물들의 연기력이 하나같이 빼어나다. 러닝타임 188분. 18세 관람가. (15일 중앙시네마타운 개봉)-金重基기자

---그림일기

코미디언 이휘재와 재일교포 2세 시로야마 히로미가 주연을 맡은 코믹 오락물.

우여곡절 끝에 사랑을 찾는 두사람의 여정을 그렸다. 영화의 모티브는 한 아이의 생부를 찾아 떠나는 낯선 여행.

하는 일 마다 서툴러 핀잔 받기 일쑤인 도일(이휘재)과 재일교포 애인 주리(시로야마 히로미) 앞에 어느 날 다섯 살배기 건일(박준하)이 도일의 아들이라며 나타난다.

날벼락을 맞은 도일은 주리에게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겠다며 꼬마의 친아버지를 찾아주기 위한 긴 여행길에 오른다. 그러나 건일의 아버지 '후보'인 대학교수, 정치인, 조직폭력배 보스 등은 하나같이 아버지임을 부인한다. 갈수록 꼬여 가는 상황 속에서 도일은 애인 주리의 사랑을 되찾기 위해 고심하는데….

여행길에 만난 인간들의 위선에 찬 삶의 모습을 코믹하게 그린다는 것이 의도.

20, 30대 신예감독들의 무대가 된 한국 영화계에 원로에 속하는 고영남 감독이 오랜만에 메가폰을 잡은 작품. 따뜻한 마음으로 서로를 끌어안아야 한다는 주제를 담았다. 전체관람가. (15일 대구극장 개봉)

---극속진실

주윤발이 떠난 홍콩영화계에 액션을 주도하고 있는 정이건 주연의 액션물.

홍콩의 밤거리를 주름잡고 있는 스피드광 스카이(정이건)는 오랜 연인 켈리와 함께 야간의 도로를 질주하는 게 일이다. 계부와 돈만 아는 어머니 밑에서 자란 스카이는 타고난 재력과 반항심으로 뭉친 영웅. 하지만 스카이에게도 시련이 찾아온다.

한때 강호를 주름잡았던 등풍이 돌아온 것이다. 등풍과의 내기에서 켈리를 잃은 스카이는 도망자 신세가 되고, 풍문으로 떠돌던 전설 속의 스피드광인 아버지를 찾아 태국으로 떠난다.

무협의 줄거리를 현대로 옮겼다. 무협 고수들이 타던 말은 모터사이클로 바뀌었고, 내공은 도시의 반항심으로 대치됐다. 유덕화와 양영기가 주연한 '열화전차'의 맛이 변화 없이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

'풍운''중화영웅'의 유위강 감독작. 러닝타임 96분. 12세 관람가. (15일 제일2관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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