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권 견제세력 '한나라밖에'

입력 2000-04-14 14:25:00

16대 총선 결과 한나라당이 대구.경북에서 완승을 거둔 것은 지역주의 정치풍토와 무관하지 않다.

현 정권에 대한 반감에서 출발한 지역 표심이 한나라당을 대안세력으로 선택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이같은 투표결과에는 선거전 양당구도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영남권을 중심으로 현 정권에 대한 견제심리가 확산되면서 대구.경북 역시 예외가 될 수 없었다. 한나라당에 대한 호의의 결과라기보다 선택의 여지가 없는 투표였다는 평가가 그래서 나온다.

이같은 분석은 대구.경북의 저조한 투표율에서도 나타났다. 대구가 전국 최저수준인 53.5%의 투표율을 기록한 것은 완승을 거둔 한나라당이 지역을 완전 장악하지 못했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현실정치에 대한 무관심과 현 정권에 대한 무조건적 견제심리가 저조한 투표율 속에서도 한나라당 완승을 가져왔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지역 유권자들은 현 정권 견제라는 명제 외에 어떤 선택에도 눈을 돌리지 않았다. 일부 거물급 후보들의 탈락은 향후 정국을 고려한 유권자들의 선택이라는 의미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구미와 칠곡의 민국당 김윤환, 이수성 후보와 봉화.울진 민주당 김중권 후보의 선전은 향후 정계개편과 여권 교두보 확보차원에서 상당한 기대를 모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지역 유권자들은 이들에게 가차없이 낙선의 고배를 마시게 했다. 현 정권과 맞설 수 있는 대안세력을 선택하는 입장에서 개인의 정치적 비중은 고려대상이 될 수 없다는 점을 상기시켰다고 할 수 있다.

이같은 표심에는 또 선풍을 일으켰던 총선시민연대의 낙천, 낙선운동에 이은 병역, 납세, 전과 공개, 집권 여당의 총선용 정책 등도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특히 시민연대가 낙천.낙선운동 대상으로 지목한 한나라당 현역의원들이 모두 당선돼 수도권 등 타 지역과는 큰 대조를 보였다.

또 선거전 막판에 터진 남북정상회담 등 여권으로서는 호재가 지역에서는 오히려 역작용을 일으켰다. 총선을 코앞에 두고 남북정상회담 추진이 발표되면서 수도권 등지에서 여권에 표가 몰릴 것으로 보이자 지역 유권자들이 한나라당에 몰표를 던졌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몇몇 지역에서는 한나라당 후보에 대한 경고성 표심도 나타났다. 일부지역 민주당과 자민련 등 비(非)한나라당 후보들이 한나라당 후보들의 당선을 위협한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한나라당을 대안세력으로 선택했지만 후보들의 능력과 자질 검증을 우선해야 한다는 유권자들의 의지를 간접 표출했다고 할 수 있다.

李相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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