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뜯기·흑색선전·금품시비 난무

입력 2000-04-10 14:16:00

4·13 총선전이 종반전으로 접어들면서 불법, 타락, 폭력선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전국 곳곳에서 경쟁후보의 여성관계와 전과·납세·병역 의혹 등을 원색적으로 비방하는 흑색 괴문서와 유언비어가 난무하고 있고, 금품 및 향응 제공 시비도 격렬해지고 있다.

여기에 상대후보에 대한 밀착감시가 대폭 강화되면서 운동원들간 몸싸움이 벌이지거나 폭력이 발생하는가 하면 막판 몰표를 노린 지역감정 부추기기도 노골화되고 있다.

▶흑색선전=경쟁후보를 거의 '동물'로 취급하는 내용의 흑색선전이 구전홍보단을 통해 배포되거나 우편을 통해 가정에까지 배달되고 있다.

이들 흑색유인물 가운데 상당수는 특히 '총선시민연대' 등 시민단체 명의로 위장 배포되고 있어 유권자들의 주의가 요망된다.

대전 모 선거구에는 최근 "○○○후보는 여자가 80명"이라는 내용이 담긴 '대전 총선시민연대' 명의의 흑색선전물이 우편을 통해 가정으로 배달돼 총선연대측이 이를 전면부인하는 성명을 냈다.

이 선전물에는 "○○○후보는 공직에 있을 때 관내 주부 1천500여명에게 매일 술과 밥을 사주면서 선거운동에 이용했다. 친척명의로 호화주택을 짓다가 중단했다"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대전의 또다른 선거구에는 "충청은행이 퇴출되기 전날 이 은행의 대주주인 ○○○후보가 거액을 인출하는 바람에 은행퇴출의 결정타가 됐다" "○○○후보가 바람을 피워 아내가 집을 나갔다"는 소문이 구전홍보단을 통해 전파되고 있다.

충남의 모 선거구에는 특히 "○○○후보는 여고생을 임신시킨 원조교제의 원조"라는 원색적인 유언비어가 확산되고 있고, 충남의 다른 선거구에는 "○○○후보는 암에걸려 곧 죽을 후보"라는 건강이상설이 나돌고 있다.

대구 모 선거구에도 최근 "모 정당이 서울 깡패 40명을 데려와 이곳 부녀자들을 집단 폭행했다"는 B4 크기 용지의 흑색유인물이 아파트 단지 등에 뿌려져 선관위가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또 충북 청주에도 "○○○후보는 공직자로 근무할 때부터 직원 김모씨와 내연의 관계를 맺고 있다"는 주장이 담긴 '시민연대' 명의의 괴문서가 나돌아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폭력=부동표를 노린 후보들의 막판공세가 강화되면서 선거운동원들간 충돌이잦아지고 있다.

그러나 일부 지역에서는 '폭행을 당했다' '감금을 당했다'며 자작극을 벌이는 경우도 없지 않다는게 선거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경기도 화성경찰서는 8일 모 정당 후보측 유세차량의 유리창을 벽돌로 깨뜨리고 차안에 있던 선거운동원 2명에게 폭력을 휘두른 김모(35)씨를 긴급체포, 경쟁후보측의 사주가 있었는 지 여부 등을 조사중이다.

전북 순창경찰서도 자신들의 선거운동을 감시하며 사진촬영을 한다는 이유로 모정당 후보측 운동원 2명을 때려 전치 3주와 2주의 상처를 입힌 무소속 모 후보측 선거운동원 구모(34·무직)씨를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구속했다경기도 부천의 모 정당후보측은 상대후보가 불법으로 호별방문을 하는 현장을 적발, 촬영하다 수행원들에게 카메라를 빼앗긴 것은 물론, 멱살을 잡히고 폭행까지 당했다며 경찰에 고발했다.

이에앞서 지난 4일에는 모 정당 경기도 과천·의왕 지구당 당원 10명이 시장실을 찾아가 "시장이 선거에 개입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해명과 사과를 요구하다 당원 1명이 혈서까지 쓰는 소동을 빚었다.

▶금품·향응제공=서울의 모 정당 후보측은 상대당 후보측이 최근 유권자 70, 80명을 숯불갈비집으로 불러 향응을 제공하는 등 대대적인 향응제공에 나서고 있다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서울의 다른 정당 후보측도 상대정당 후보측이 '산악회' '등산회' 등을 빌미로 유권자들을 상대로 선심성 야유회를 갖고 있다며 이 후보측을 선거법위반혐의로 고발했다.

▶지도부 혼탁조장=막판 선거전이 이처럼 극심한 혼탁양상을 보이는 것은 각당지도부가 '입'을 험악하게 놀리면서 소속후보들의 불법·타락을 사실상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 대변인실은 "한나라당 '파렴치 5인방'은 평상시에도 폭언, 기행을 일삼는 '2걸'과 술만 마시면 사고치는 '취권 3형제'로 구성돼 있다"며 특정후보 5명을원색적으로 비난했다.

한나라당 홍사덕(洪思德) 선대위원장도 여권이 금·관권, 흑색선전 등 모든 혼탁부정선거방식을 동원하고 있다며 "이런 '개판'은 처음 본다"고 원색적인 용어로 정부여당을 비방했다.

서청원(徐淸源) 선대본부장도 "이 정권이 아주 돌아버렸다"며 "선거후 3·15부정선거 이상의 엄청난 국민 저항이 있을 것"이라고 거들었다.

자민련 김종필(金鍾泌) 명예총재 역시 "영·호남은 끄떡 없는데 여기(충청도)만 갈라지면 아무 것도 안된다" "세갈래로 나뉜다고 대한민국이 어떻게 되는 것이 아니며 두곳은 끄떡없고 여기만 갈라지면 문제"라며 지역감정을 노골적으로 자극했다.

민국당 김 철(金 哲) 대변인 역시 "김대중정권은 호남정권이고 자민련은 중부정권을 창출하겠다는 판에 민국당이 영남정권 창출을 얘기못할 이유가 없다"고 편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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