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日常)을 깨트리는 기행은 어떻게 보면 청량제로도 작용한다. 본인쪽에서는 절실한 몸짓의 표현이다. 현실을 뛰어넘어서려는 의지가 실린 집념으로도 이해되기도 한다. 거나하게 낮술을 걸치고(?) 아무한테나 욕지거리를 퍼부었다는 자칭 천재시인 김관식(金冠植), 걸핏하면 술에 취해 구두를 잃어버리고 자신이 지은 시와 커피를 맞바꾸었다는 시인 김수영(金洙暎), 비오는 날에 벌거벗고 소를 탔다는 변영로(卞榮魯)는 문학계의 기행으로 손꼽는다. 조선조의 대표적인 기행은 화가 최북(崔北)으로 친다.
그의 자(字)를 성기(聖器)로 지은 것이나 자신의 이름 북(北)자를 둘로 쪼개 칠칠(七七)이라고 부른것은 기행을 예고하고 있는 셈이다. 그의 그림솜씨를 트집잡자 "남이 나를 저버리느니 내가 나를 손대겠다"며 자신의 눈을 찔러 애꾸가 된 최북, 술이 취한 겨울 어느날, 성벽아래 잠들었다가 얼어죽는 것으로 삶을 마감했다.
카이로에서 열리고 있는 사상 첫 유럽.아프리카 정상회담에 참석중인 카다피 리비아국가원수의 거듭된 기행은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는다. 3일 오후 열린 이 회담 개막식에 회의가 시작되고 10분이상 늦게 회담장에 참석해 관례를 깼다. 정상회담개막날짜보다 이틀 앞서 카이로에 도착한 카다피는 마당에 텐트를 치고 잠을 자 또하나의 기행을 연출, 화제를 뿌렸다.
이런 기행을 거듭하는 카다피도 원칙으로 삼는 몇가지가 있다고 한다. 봉급만으로 생활하고 금주, 금연, 검소한 식사, 직위도 그가 존경하는 고 나세르 이집트대통령의 군대계급인 대령으로 만족하고 있다는 점이다. 구제역이 발생한 파주산 쇠고기를 외면하고 한랭(韓冷)고기를 먹은 장.차관.의원들의 기상천외한 시식회, 물어 뜯기식 선거전 등은 사회통념의 파괴다. 원칙을 지키는 '카다피식 정의'가 새삼 돋보이는 요즈음이다.
최종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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