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과학 신과학자-(10)포항공대 한해욱교수

입력 2000-03-31 14:07:00

인류가 고대에서부터 지금까지 가져온 의문중의 하나가 바로 '빛'에 대한 것이었다. 이 미스터리는 아직도 완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과학의 발전은 인간의 빛에 대한 이해와 그 응용과 궤를 같이한다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 결과 지금은 일반적 의미의 빛에 대한 '고전적 광학(Optics)'보다는 한 걸음 더 나아간 현대적 광학, 즉 포토닉스(Photonics)라는 학문 분야가 새롭게 탄생했다. 빛은 포토닉스의 핵심적인 연구대상인 동시에 응용대상인 것이다.

빛의 특수 형태인 레이저는 반도체, 컴퓨터와 함께 20세기 가장 위대한 발명품이다. 우리는 흔히 빛을 색깔로 구별한다. 그러나 자연에는 인간의 눈으로 감지할 수 없는 빛이 수없이 많다.

포항공대 전자전기공학과 한해욱(韓海旭·36)교수. 한 교수는 아직도 미개척 분야로 남아 있는 '테라헤르츠(Terahertz) 빛'에 도전하고 있는 이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이다.

테라(Tera, T)는 1조를 뜻하며, 1THz는 1조 헤르츠(hertz, Hz). 테라헤르츠 빛은 일반적으로 0.1~10 THz 정도의 주파수를 가진 빛을 의미하며, 파장은 약 30~3000㎛(1㎛는 1백만분의 1m) 정도에 해당한다.

테라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빛(Photon)과 전자파(Electromagnetic Field)의 중간 영역에 위치하며, 물질과의 상호 작용면에서 빛과 전자파의 성질을 모두 가지고 있다.

현재 테라헤르츠 광원 개발은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 기존 광학에서 사용되는 레이저(수십 THz 이상)나 전자공학에서 사용되고 있는 마이크로파 광원(0.1THz 이하)과 달리 아직까지 만족할 만한 테라헤르츠 광원은 개발되지 않고 있다.

원인은 주파수의 가변성, 효율, 출력, 공간 및 시간적 결맞음(coherence), 특히 사용의 간편성 면에서 만족할 만한 광원 개발에 기술적인 어려움이 많기 때문.

현재 자유전자 레이저와 같은 광원으로 테라헤르츠 빛을 발생시킬 수는 있으나 장치가 엄청나게 크며, 효율이 낮고, 매우 복잡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이때문에 70년대부터 수많은 과학자들이 초소형 테라헤르츠 광원 개발에 몰두해 오고 있으나 아직 만족할 만한 연구 성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그러나 최근'인간 유전자 지도'나'암 치료' 등 과학의 한계로만 여겨졌던 분야가 하나 둘 정복되고 있듯이 '테라헤르츠 레이저 개발' 역시 그리 멀지 않았다는 것이 한 교수의 설명. 한교수는 "테라헤르츠 광원이 개발될 경우 나노반도체, 암 진단, 레이더, 광통신 등 기초과학과 응용과학 전반에 걸쳐 엄청난 파급효과를 몰고 올 것"이라고 단언한다.

즉 깨끗한 음질과 화질로 우주선과의 대화가 가능하고, 감청이나 도청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으며, 반도체 칩 등 고정밀 기기의 표면검사가 가능하는 등 이용 분야는 그야말로 무궁 무진하다.

이와함께 테라헤르츠 광원의 상업적 이용 가능성에 대해서도 점점 구체적인 연구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최근 일본 도시바 케임브리지 연구소는 테라헤르츠 광원을 이용한 새로운 투과영상 촬영 기술에 대한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이 기술은 기존 X선과는 달리 인체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아 의료분야는 물론 각종 환경 감시 장치 등에 널리 응용될 전망이다. 도시바측은 "만약 이번 연구가 성공한다면 1960년 레이저 발명에 필적하는 성과로 볼 수 있으며 응용범위가 매우 넓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한 교수는 95년 미국 일리노이대학에서 박사를 마치고 미국의 벨(Bell)연구소에 근무하면서부터 테라헤르츠 광원에 본격적인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 후 테라헤르츠 광원에 대한 주목할 만한 연구 논문을 잇따라 발표했다. 아직 미혼인 한 교수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테라헤르츠 포토닉스는 그 태동기에 있다고 할 수 있으며 이 분야의 국내 연구인력은 3, 4명에 불과하다"며 "하지만 우리는 지금까지 전혀 시도된 적이 없는 새로운 연구방법을 적용하고 있으며 약 2년후 포항공대가 세계적으로 가장 작고, 가볍고, 성능의 뛰어난 제품을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포항·林省男기자

▨약 력

△서울 광성고 졸업

△서울대 전자전기 공학과 졸업

△서울대 대학원 전자전기석사

△미국 일리노이대 전자전기박사

△미국 벨 연구소 연구원

△현 포항공대 테라헤르츠 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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