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도 남쪽 외도 해상농원

입력 2000-03-31 14:21:00

일찌감치 꽃 소식이 전해진 남녘. 생각만 해도 마음 설렌다. 계곡과 돌무더기 사이에 흐드러지게 피어난 동백·산수유·개나리 등 꽃들의 향연을 즐기며 남쪽으로 달려보자.

대구를 출발, 구마고속도로로 마산을 경유, 3시간30분~4시간이면 거제도에 도착한다. 먼 옛날 아무도 모르게 남쪽 바다로부터 거제도로 다가오던 한 섬을 거제 구조라 앞 바다의 내도(안섬)에서 밭일을 하던 한 아낙이 발견했다. 그녀가 "섬이 온다"고 소리치는 순간 나쁜 짓을 하다 들킨 아이처럼 그 자리에 멈춰 버렸다는 전설을 가진 외도(바깥섬·경남 거제시 일운면 와현리)는 거제도 남쪽 바다에 아스라이 떠 있다.

외도에는 이미 봄 기운이 완연하다. 면적이 4만3천863평밖에 안돼 30분정도면 천천히 산책하며 섬(해안선 2.3km)을 일주하기에 충분하다.

천연동백림 숲이 우거지고 선인장·코코아·야자수·가자니아·선샤인·유카리·병솔·종려나무·소철 등 300여종의 아열대 나무들이 그득하다. 마치 온갖 식물의 보고로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캐나다의 사설농원인 '부챠드 가든'을 연상케 한다

이곳은 4월중순에야 피어나는 튤립이 벌써 꽃망울을 터뜨렸을 정도로 따뜻한 기후다. 3월초순부터 11월말까지 동백·에리카·크로커스 등 600여종의 꽃들이 번갈아가며 활짝 피어나 섬 전체를 향긋한 원색으로 채색한다.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물총새·까치 등 여러종의 새들은 더욱 평화로움을 더 한다.

빽빽이 들어선 대나무숲을 지나 전망대에 오르면 옥빛을 띤 다도해가 한눈에 들어온다. 하얀색 벽에 빨간색 지붕을 얹은 건물들은 이국풍. 농원 곳곳에서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조용한 클래식 음악은 번잡한 일상생활을 잠시나마 잊도록 해 준다.

기념관·조각공원·야외음악당·휴게시설이 갖춰져 있고 경남도지정문화재인 공룡굴·공룡바위·공룡발자국과 함께 섬 주위로는 전천후 낚시터가 위치해 있다.

외도는 원래 7, 8가구의 주민들이 밭에 고구마를 심고 고기잡이 등을 하며 살던 보잘것 없는 섬 이었다. 지난 1969년 7월 이곳에 낚시를 하러왔다가 태풍을 만나 하룻밤을 묵으면서 땔감으로 마구잡이로 베어지는 동백나무를 보고 마음 아파했던 이창호(66)·최호숙(64) 부부가 3년여에 걸쳐 섬 전체를 사들였다. 이들은 열대식물과 꽃을 심고 가꿔 1995년 '외도 해상농원'으로 문을 열었다.

거제시 장승포·와현·구조라·학동·도장포·해금강 등 6개 유람선 선착장 어느곳에서나 수시로 배가 뜬다. 바로가면 10분거리지만 30~40분간 해금강의 비경을 둘러본뒤 섬에 도착, 1시간30분쯤 머문다. 왕복배삯은 9천~1만원. 농원 입장료 3천원과 한려해상국립공원 입장료 1천원을 별도 부담해야 한다. 외도 홈페이지(www.oedoisland.com)에서 자세한 관광정보를 얻을 수 있다.

황재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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