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끄러워요 유권자 냉담

입력 2000-03-30 14:46:00

"소리내지 마"

16대 총선 후보자 등록이 마감되면서 출마자들이 표심을 잡기 위한 본격 선거전에 돌입했으나 시민들의 냉담함에 초반부터 의욕을 잃고 있다. 일부 출마자의 탈세.병역 의혹에다 시민단체의 낙선운동 등으로 빚어진 시민들의 정치 혐오증이 선거 냉소주의로 이어지고 있는 탓이다.

특히 사전 선거운동 제한으로 어려움을 겪던 신인 후보들은 막상 선거전에 들어갔으나 유권자들의 무관심에 더욱 곤욕을 치르고 있다.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28일 오전부터 각 지역 선관위와 출마자들의 선거사무실에는 '항의 전화'가 쏟아졌다. 차량 홍보나 가두유세를 통해 흘러나오는 소리가 시끄럽다는 내용이다.

대구시 선관위 관계자는 "선거전 초반에는 대다수 유권자들이 출마자에 대해 호기심을 갖기 때문에 이러한 항의가 첫날부터 쏟아지기는 이번 선거가 처음"이라며 "운전자들로부터도 운전에 방해된다는 전화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수성구에 출마하는 모 후보 측은 "등록 직후 차를 타고 동네를 돌았으나 눈길조차 주지 않는 것은 물론 지나가는 곳마다 시끄럽다는 욕만 먹었다"며 "스피커 소리를 줄였으나 앞으로 운동이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무소속으로 나선 또다른 후보도 "인사를 하거나 악수를 청해도 눈치가 보일 지경"이라며 "웬지 죄인 취급을 당하는 느낌"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일부 후보들은 한 번이라도 눈길을 끌기 위해 준비했던 요란한 선거 운동을 어쩔 수 없이 '조용한 방식'으로 바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동구에 출마하는 한 신인은 "선거판이 지역구도로 짜여진 탓에 가뜩이나 의욕이 떨어진 상황에서 유권자들마저 무관심해 선거운동 하기가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라며 "투표일까지 얼굴이라도 제대로 알릴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털어 놨다.

선거 관계자들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50%가 넘는 부동층은 곧 무관심층"이라며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이러한 분위기는 계속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李宰協기자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