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칼국수 생각이 나면 들리는 시장이 있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산책삼아 걸어다니는 곳이다. 엊그제 따스한 봄 햇살을 받으며 걸어가는데 예순이 넘은 듯한 아주머니 한 분이 울음을 참는 듯한 모습으로 황망히 지나쳐 가셨다. 그런데 식사 후에 되돌아오는 길에 다시 그 아주머니를 만났다. 시장쪽으로 가시면서 급히 한 손으로 얼굴을 훔치시는데 눈물이 엿보였다.
작은 골목길이지만 훤한 대낮에 눈물 흘리며 다니시는 사연이 궁금하였지만 차마 길을 막고 물어볼 수는 없었다. 그 짧은 순간에 나는 한갓 낯선 사람이지 않는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뒤돌아보다가 찡해오는 마음만 간직할 뿐이었다. 남편께서 애를 먹이시나, 아니면 중병에 걸리셨나. 자식이 사고를 당했을까, 연로하신 친정어머님의 부고를 접했을까, 이런 저런 상상이 다 들었다.
돌이켜 보니 아무 상관이 없는 타인에 대해 그리고 스쳐가는 우연한 만남에 대해 이렇게 내 자신이 신경을 써 본 지가 무척 오래되었음을 깨달았다. 나 역시 다른 사람들처럼 끼니 걱정의 춘궁기를 면했으나, 어느새 마음 씀씀이의 춘궁기를 맞이한 모양이다.
김규원 경북대교수.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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